올 여름 극장가 '소름돋는' 전쟁
의 전지현.
가족 호러물
시리즈 3탄
심리스릴러
'무서운 2003년!' 700년 전 죽었던 어린 자매가 새로운 공포로 부활했다. 결혼을 앞둔 한 남자는 어느 날 혼령의 방문을 받는다. 백화점 거울 속에는 연쇄살인사건의 비밀이 있고, 여고생은 소원을 들어주는 계단 앞에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 한국영화계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포영화'다. 저마다의 비밀을 품고 올 여름 관객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4편의 공포를 소개한다.
외딴 시골마을, 저수지와 숲으로 둘러싸인 그곳에 일본식 목제가옥이 한채 있다. 음울하고 당돌한 두 자매(임수정, 문근영 분)와 젊고 아름다운 새엄마(염정아 분), 그리고 우유부단한 아버지(김갑수 분). 친엄마를 잊지 못하는 두 자매는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새엄마에게 적대적이다. 가족은 동거 첫날부터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연이어 발생하는 괴이한 사건들…. 집 안은 공포분위기에 휩싸인다.
가족과 가정, 그 아늑하고 편안한 이름이 이제 공포의 대상으로 뒤바뀐다. 고전 비극 을 모티브로 한 공포물 (감독 김지운·제작 영화사봄)은 가족관계 속에 숨은 공포를 파헤치는 '가족괴담'을 표방한다. 코믹공포물 으로 데뷔한 김감독은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라고 말한다. 권선징악의 결론이 나는 원전과 달리 영화 은 선악이 모호한 가족구성원을 통해 가족관계 속에 도사린 죄의식과 공포를 강조한다.
박신양·전지현 주연의 심령 스릴러 (감독 이수연·제작 영화사봄)도 공포의 공간으로 변한 '평온한 가정'을 배경으로 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 분)의 앞날은 장밋빛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결혼을 앞둔 약혼녀, 그리고 번창하는 사업 등 남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지하철에서 버려진 여자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후 행복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날 이후 혼령의 방문을 받는 그는 인테리어를 위해 찾아간 정신병원에서 주부 연(전지현 분)을 만난다. 그는 연을 통해 잊혀진 자신의 과거를 보게 되고,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을 서두른다. 하지만 어두운 과거는 정원의 일상을 놓아주지 않는다.
개장을 앞둔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는 (감독 김성호·제작 키플러스픽쳐스)는 가족이라는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제목에서 보듯 '거울'은 영화의 비밀을 쥐고 있는 동시에 관객들을 새로운 공포로 몰아넣는다.
형사 출신의 백화점 보안실장 우영민 역을 맡은 유지태는 "사운드로 놀라게 하는 기존 공포영화가 아닌 관객이 공포를 인지하게 만드는 지적인 공포 스릴러"라고 말한다. 우실장과 대립하는 현직 형사 하현수 역에는 의 김명민이 출연한다.
여름 극장가를 찾는 네번째 공포영화는 '국내 시리즈 공포영화의 대표주자'인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감독 윤재연·제작 씨네2000)이다. 셀 때마다 그 수가 달라진다는 어느 여학교의 계단과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여고생들의 '소원 빌기'를 통해 생기는 기괴한 사건들. 전작과 마찬가지로 학교라는 '닫힌 공간'을 배경으로 소름 돋는 공포를 창출한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끔찍한 질투를 일으키게 하는 무용반 최고의 발레리나 소희. 소희처럼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빈 후 점점 소희처럼 변해가며 학교를 공포로 몰아넣는 미술반 혜주. 그리고 아무리 빌어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불쌍한 아이 윤지. 윤감독은 "여고생들의 뒤틀린 욕망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는 '내 안의 악'을 끄집어내겠다"며 연출의 변을 밝혔다.
지난 여름은 하지원·김유미 주연의 단 한편의 국내 공포영화가 전국관객 200만명을 넘기며 독식했다. 하지만 올해는 새로운 소재와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4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다. 2003년 여름 극장가는 토종 공포영화 4편의 무서운 경쟁이 예고된다.
김현우 기자 dionysos@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