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낮 법정출두…2000억 추징금 납부 관련 진술
생활비는 측근과 자식들이 떼어 주고 골프는 전관예우로 받은 회원권으로 치고…”
28일 오전 11시30분 서울지법 서부지원. 국방색 정장 차림의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이양우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전씨는 검찰로부터 2000여억원 상당의 추징금 납부압력을 받아왔다. 이날 열린 재판은 전씨측이 제출한 재산목록에 대해 법원에서 기재 내용이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자리.
민사26단독 신우진(辛宇鎭) 판사는 전씨측이 제출한 재산목록을 검토하면서 “예금과 채권이 30여만원 정도만 기재돼 있고 보유 현금은 하나도 없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이냐?”라고 연거푸 물었다. 전씨는 “내 명의로 된 현금은 한푼도 없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전씨가 재산 목록에 기재한 품목은 부동산, 골동품, 예술품, 악기, 사무기구 등이었다.
신 판사는 “검찰 기록을 보면 채권을 포함한 재산 2200억원 중 일부 사용액을 빼고 총 16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본인 명의의 현금이 없다면 그 동안 이 돈을 다 써버렸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전씨는 “다 썼으니 검찰에 확인해 보라”고 응수했다. 신 판사가 “본인 명의가 아니라도 타인에게 명의 신탁한 재산도 기재하도록 돼 있는데 그런 재산도 전혀 없는가?”라고 재차 묻자, 전씨는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신 판사가 “현금이 전혀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골프 치러 다니고 외유(外遊)도 다니느냐”면서 언성을 높이자, “측근과 자식들이 생활비를 대주는데 이들 역시 겨우 먹고 사는 정도라서 추징금까지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검찰 추징금 2204억원 중 300억원만 낸 것에 대해, 전씨는 “검찰이 2204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포괄적 뇌물죄로 적용했기 때문에 액수가 불어난 것”이라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이날 “전씨가 가·차명계좌로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가증권, 부동산 등의 자세한 재산 내역과 배우자·직계가족·형제자매 등 친인척의 재산 내역을 보완한 재산목록을 내달 26일까지 제출하라”는 재산목록 보정명령을 내렸다.
한편, 전씨측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담당판사를 찾아가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한 재산목록까지 명시하라고 명령할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전씨는 “법원의 조치가 지나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호사에게 답변을 들어라”며 낮 12시쯤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황급히 떠났다.
조선일보 / 崔寶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