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메이커들이 전략적 제휴나 생산시설 통합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의 상당부분은 해외 반도체 업체들이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업체들을 견제.압박하려는 의도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국내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기술 개발은 물론, 생산부문에서도 서로 손을 잡고 국내 반도체업체들을 견제하고 있다"며 "특히 이런 위협이 D램 등 범용제품 뿐만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 등 차세대 주력시장에서도 본격화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협력으로 한국 견제=올들어 지난 4월까지 반도체 회사들간의 전략적 제휴가 10건 이상 이뤄졌다. ▶AMD(미국 마이크로프로세서업체)-UMC(대만파운드리업체)▶NEC(일본)-LSI로직(미국)▶ST마이크로-모토로라-필립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중 상당수는 국내업계를 겨냥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후지쓰와 미국 AMD가 지난달 초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통합하기 위해 자산 25억달러인 합작사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오는 7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영업을 시작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두 업체의 합작사 설립은 플래시메모리시장에서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에 밀리자 전격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가 인텔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다.
주요 업체들이 대만.중국의 후발업체와 손잡고 국내 D램업체의 시장을 빼앗으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메모리업체인 엘피다는 최근 중국의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세미컨덕터메뉴팩처링인터내셔널(SMIC)에 앞으로 5년간 D램을 위탁 생산키로 결정했다.
엘피다는 이를 위해 SMIC에 0.13㎛공정의 가공기술도 전수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D램업체들이 연구개발과 핵심 생산설비만 남기고 생산은 중국에 넘기는 이른바 '팹 라이트'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국내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초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와 생산협력을 시작한 독일 인피니온은 이미 국내업체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업계 4위였던 이 회사는 최근 하이닉스 등을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섰다.
두 회사는 앞으로 12인치(3백㎜)웨이퍼 공장을 공동으로 설립하고 하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인피니온의 최고경영자(CEO)인 울리히 슈마허 회장은 최근 "난야와의 연합을 더욱 강화해 2006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업체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세계 3위의 반도체메이커인 ST마이크로와 NAND(데이터저장형)플래시 메모리를 공동 개발.생산하기로 했다. 미국 등에서 고율의 상계관세 판정을 받은 하이닉스가 플래시메모리 부문을 강화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파운드리업체인 동부아남반도체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토중래 노리는 '일본 연합군'=그동안 반도체 부문에는 큰 투자를 하지 않았던 소니는 지난달 21일 일본 도시바.미국 IBM 등과 손잡고 차세대 게임기용 고성능 컴퓨터칩을 이르면 2005년부터 자체 생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소니는 모두 5천억엔(약 42억달러)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일본 반도체 1.2위 업체인 NEC와 도시바는 지난해 말 PC와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에너지 절약형 차세대 반도체(M램)를 2005년까지 공동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또 히타치와 미쓰비시는 올해 말까지 LSI(시스템집적회로)부문을, 엘피다와 마쓰시타는 D램부문 통합을 각각 추진 중이다.
표재용.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