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랙이 그 자체로 나쁜가?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크랙이 나쁜게 아니라,
크랙을 불법유저에게까지 유통시키는 것이 나쁜 것이고
크랙을 통해 불법복제를 조장할 수 있는 게 나쁜 겁니다.
마치 칼이 나쁜가
아니면 칼을 쓰는 사람이 나쁜가의 문제라는 거죠.
2. 크랙이 좋을수도 있는가?
그렇다면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칼이 좋은 용도에 사용될 수 있듯이
정말 크랙도 좋은 용도로 사용될 수 있냐고.
제 생각엔,
예. 좋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프로그램을 구입했을 때,
이를 백업해 둘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불법복제 방지기술로 인해
이 권리가 무시되어 버렸습니다.
백업하지 않고 사용하다가 원본이 파손되면,
제작사를 통해 새 시디로 교환할 수 있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경제이며,
또한 교환비용까지 요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본 프로그램이 '왠만해서는'
파손되지 않느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과거 플로피 디스켓보다는 현 CD미디어의
내구도가 훨씬 우수하겠죠.
하지만, 자칫 미디어의 표면을 긁게 되거나
또는 CD롬의 결함 등으로 시디가 갈라져 버리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제작사도 그렇습니다. 언제까지고 해당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교환에 응해줄 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어느날 갑자기 제작사가 문을 닫으면 그 이후의 보완은
불가능해집니다.
크랙은 이런 점에 있어 '원본 백업'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권리로서의 '백업'에 말입니다.
3. 복사방지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에 대해
복사방지를 무력화시키는 기술 또한
좋은 것이냐는 물음을 저로서는
"총과 화약의 발달이 좋은 것이냐?"라는 물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총과 화약이 인간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듯이, 복사방지무력화는 제작사에게
상당한 위험이 될 것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사방지로 인해 권리를 제한당하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총과 화약도 사용에 따라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바라보고 싶는 게 당연합니다.
가령, 불법복제의 온상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의 경우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라면, 매회 게임 시작시마다 시디를 넣고
플레이하며, 또한 중간 중간 CD롬을 읽느라 딜레이를 겪고 싶습니까,
아니면 하드에 이미지로 떠놓고 언제든 이미지 플레이어에 넣은 후
플레이하며, 또 CD롬 읽기 딜레이가 없는 상태를 선호하시겠습니까.
저로서는 후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고
전자를 강요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고 생각합니다.
4. 제작사의 불법복제에 대한 대처에 대해
이쯤되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인정할 수는 있지만,
사실 크랙이나 복사방지제거는 불법복제에 기여하는 면이 더 크다"
그리고 그 말씀은 사실입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제작사의 불법복제 방지 방법에 있는 것이지,
크랙이나 복사방지제거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제작사가 불법복제를 막는 방법에는
복사방지, 시리얼키를 통한 사용자 인증 외에도
각각의 프로그램에 고유 번호를 붙인 후,
불법복제, 유포된 프로그램이 어떤 고유 번호를 갖고 있는지 살피고
그 고유 번호가 붙었던 상품을 구입한 사람에게
복사 및 배포 여부를 추궁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제작순서대로 제품에 고유번호 1, 2, 3, 4, 5, ...를 붙이고,
복제유포된 프로그램의 고유번호가 1235번이었다면
1235번 구입자에게 그 책임을 추궁하는...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볼 때,
불법복제 방지기술과 복제방지 제거기술의 갈등은
계속적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원본을 백업하려는 사람과
불법복제를 하려는 사람이 있는 한, 결코 끝나지 않을 테지요.
따라서 복제 방지 제거 기술은 나쁘기만 하다는 주장은
소비자 의식 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복제 방지 기술만으로 불법복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식의
어리석은 사고가 반영된 결과라 결론짓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