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음식 마늘. 마늘에 사스(SARSㆍ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예방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나온 뒤, 마늘의 건강음식으로서의 효능이 다시금 큰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사스 예방 효과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어떤 의학적인 실증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예부터 승려들은 마늘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엔 마늘이 성적 욕구와 능력을 증진시킨다는 한국인들의 믿음이 작용했다. 이밖에도 마늘은 암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에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신화 속의 곰(웅녀)은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인 현대에서도 마늘은 여전히 기적을 낳는 음식인가. 마늘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기획취재팀
조상 대대로 마늘을 대거 먹어온 한국사람들이 사스에 대해 더 큰 면역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전혀 근거 없는 억지만은 아니다.
보통 특정 집단이 특정 질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저항력은 그 집단이 가진 식생활습관과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짜고 맵게 먹는 민족은 고혈압에 잘 걸린다’고 하듯이 마늘을 많이 먹는 민족이 사스에 대해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디까지나 추측 단계일 뿐이다. 사스를 일으킨다는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늘과의 관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결과물은 하나도 없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신동빈 박사는 “마늘이 사스를 막는다는 지금까지의 언론보도는 모두 추측성 보도”라면서 “마늘의 특정 성분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과학적 증명은 이뤄진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보다는 적지만, 역시 마늘 소비가 많은 중국은 사스에 속수무책인 것도 마늘과 사스가 관련 없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렇다고 마늘의 효능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마늘의 성분 중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리인(alliin)이 탁월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 알리인은 곰팡이균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을 죽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마늘이 비장과 위장을 강하게 따뜻하게 하고 기를 돋구는 효능이 있어 소화불량 등에 좋다고 하고 있다. 살균력이 있어 종기에 으깨어 붙이면 좋고, 버짐이나 탈모에도 효능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 마늘이 가진 항암, 정장, 피로회복 효과와 동맥경화, 고협압 등에 대한 효능은 실험을 통해 속속 검증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음식에 마늘 양념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한 요리연구가는 “마늘 양념을 추가하면, 맛을 맞추기 위해 고춧가루, 소금 등 다른 양념도 추가하게 된다”며 “결국 짜고 맵고 독한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마늘에 대한 관심이 대거 증폭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시장 및 산지에는 반영되지 않은 분위기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마늘의 양도 크게 늘지 않았고, 가격도 그대로다.
김영호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상무는 “마늘은 한국사람이 늘 먹는 양념채소이기 때문에, 관심이 커졌다고 해서 급작스런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가공식품 산업이 성장, 제조업자들이 산지에서 대거 매집에 들어간다면 품귀 및 가격 폭등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next@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