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비) 반 타작이나 하면 그나마 다행이죠. 목이 좋지 않은 상가부터 서서히 문을 닫고 있습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김효진·26·전자랜드 A사 근무)
지난 9일 오후 각종 행사가 가득찬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용산전자상가에는 손님들의 발길마저 뜸했다. 한 컴퓨터상가의 점원은 “오늘 하루 종일 컴퓨터 몇 대밖에 팔지 못했다”며 “요즘 같으면 이 가게도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옆 가게에는 사장으로 보이는 40대가 컴퓨터 오락을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용산전가상가의 불황의 늪은 생각보다 깊었다. 전자랜드,터미널 전자상가,선인·나진 상가 등을 필두로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 전자상가로 군림해왔던 용산전자상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가격 비교 사이트 등의 출현으로 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된 데다 경기마저 좋지 않자 예전의 활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자랜드 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세무서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이곳의 매출액이지만 물량 변동이나 상인들의 말에 미뤄볼 때 지난해의 50∼60%선에 그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도 “외환위기 이후 침체기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나쁘진 않았다”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복합문화공간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8개관 1,500석 규모의 멀티플렉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매출이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상인들의 반응이다. 전시관,간이체험장,푸드 코트 등의 공간도 오후 8시를 전후해 불이 꺼진다. 군소 상가나 업소들도 자구책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본떠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같은 깊은 불황은 용산전자상가가 자초했다는 지적들이다. 심지어 용산전자상가 직원들을 낮춰 부르는 ‘용팔이’란 은어가 나돌 정도다. 회사원 현형섭씨(26·수원 매탄동)는 “용산하면 ‘부품 바꿔 팔기’ ‘AS 부실’이 먼저 떠오른다”며 “여기서 제품을 살펴본 뒤 정작 구매는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노트북 전문매장에 근무하는 윤영주씨(27)는 “한때 전자상가의 메카였던 용산전자상가가 이렇게 초라해질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다양한 제품과 볼거리,빠른 배송 등 고객 서비스로 손님의 발길을 끄는 수밖에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출처 : 스투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