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시민단체 사이에 ‘카드발(發) 대란’ 가능성 여부를 놓고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6월 이후 카드발 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참여연대의 경고에 대해 금융당국은 “사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발끈했다.


카드사와 카드채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참여연대가 데이터를 왜곡했으며 사실관계나 규정에 대해서도 오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6월 대란 ‘온다’ ‘안 온다’=참여연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3/4분기 카드사의 만기도래 채무는 무려 25조8000억원. 정부가 4·3 대책을통해 2/4분기 만기도래 카드채를 3/4분기로 연장함에 따라 3/4분기에 갚아야 할 부채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참여연대는 “카드채와 기업어음(CP)의 만기가 다시 돌아오는 6월 말 이후 시장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6월 대란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참여연대의 추정치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카드사의 만기도래 채권은 3/4분기 9조원, 4/4분기 8조원”이라며 “2/4분기 만기 연장한 기업어음 등을합쳐도 3/4분기 만기 도래액이 14조원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분기 만기 도래액이 17조6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통상적인수준이지 결코 큰 금액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기시정조치 유예한 적 없다”=“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카드사가 한두 곳 있음에도 조치를 자의적으로 유예했다”는 참여연대의 지적에 대해 금감위는 “적기시정조치에 해당하는 카드사가 없다”고 반박한다.

서태종 금감위 비은행감독과장은 “참여연대가 카드사 적기시정조치의잣대로 말하는 조정자기자본비율 8%는 올해 2/4분기부터 적용되며 이를감안하더라도 3월 말 기준으로 단 한 곳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재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조정자기자본비율은 현재 7%다.


카드사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분기별로 순이익 연체율을 발표하고 조정자기자본비율은 반기에 한 번씩 공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벌계 카드사에 지원이 집중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노태식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은 “재벌계 카드사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조달자금 규모도 크기 때문에 만기 연장 채권이 많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6월 이후의 시장상황에 대한 불안은 떨쳐지지 않고 있다.


브리지론에 의한 만기 연장이란 안전장치가 풀린 이후 원활한 카드채 거래가 이뤄지고 신규 발행이 진행될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6월 말까지 불과 1개월여를 남긴 과정에서 카드사가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연체율이 떨어지고 경영이 호전되고 있다는 눈에 띄는 결과물이 나타나야 하지만 단기에 시장에서 원하는성과를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6월 이후 카드채의 추가 만기 연장을 해 주거나 아예 정부가 조만간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할 것이란 설(設)도 그치지를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그러나 “6월 이후 만기 연장은 없다”며 “향후 대책은 시장상황을 보며 결정할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한 전업계 신용카드사 임원은 “참여연대의 주장이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시장이 아직 살얼음판처럼 불안정한 것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말했다.


그는 이어 “3/4분기 만기 도래 채권 규모도 이전 같으면 문제없이 상환할 수 있었겠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적잖은 부담”이라며 “‘다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기자/[내외경제 2003-05-14 14: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