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어폰 그리고 사연만 있으면 돼요.”
어느덧 연예계 10년차에 접어든 탤런트 겸 라디오 DJ ‘까만콩’ 이본(31)의 말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그녀를 만났다. ‘ON AIR’에 불이 들어오자 그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생기가 철철 넘쳤다. 그녀는 오른손에 펜을 들고,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스튜디오에 설치된 모니터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접수되는 청취 사연을 읽고 있었다.
이본은 현재 KBS 2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연출 이상호)의 DJ로 활동하고 있다. 4월3일이 만으로 8년을 채운 날이었다. 현재 KBS 라디오 진행자 중 이본보다 더 오래한 사람은 6개월 빠른 가수 유열뿐이다. 생방송이지만 그녀의 프로그램에는 대본이 전혀 없다. PD가 프로그램 도중 간간이 몇 가지를 주문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야기가 그녀의 머리에서 쏟아져 나왔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톡톡 튀는 말투가 인상적인 이본과 상큼한 대화를 나눴다.
#라디오 DJ vs 연기자.
“‘두 가지 모두 잘하지 못할 바에는 하나라도 충실하자’는 생각이 아직까지 지배적이에요.” 그래서 그녀는 라디오 DJ를 택했다. 8년이라는 긴 DJ 활동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녀에게 자신의 방송을 듣고 사연을 보내주는 청취자들은 열정과 포부를 안겨주는 보배와도 같은 존재다. 8년 동안 몇 번의 고비(드라마 출연 제의 등)가 있었지만 라디오 DJ를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연기자로 불리길 원했다. “당연히 연기자로 시작을 했으니 연기자로 끝을 맺어야죠.” ‘라디오 DJ로 전업한 것이 아니냐’는 농담 어린 질문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대답이다. 이본은 KBS 2TV ‘순수’(연출 윤석호) 이후 3년째 연기활동 잠수(?) 중이다. 3년의 공백이 있는 만큼 후속작을 고르는 데 더 신중해졌다. 아직도 영화와 드라마 출연 제의가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당차고 강한 여성상들이다. 때문에 후속작을 정하지 못했다. 이제 그녀는 부드러운 느낌의 여성을 연기하고 싶다고 한다.
# 쿨(Cool) & 핫(Hot).
“나는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성격이에요.” 이본은 서울 노량진 ‘성로원 아기의 집’에 한 달에 1∼2회 정도 찾아가 아기들과 함께 지낸다. 5년 전 노량진에 살았을 때 근처 영아원에서 봉사 활동을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본은 연예계에서 쿨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자신에 대한 온갖 소문들을 묻기도 전에 털어놓으며 화통하게 웃었다.
“저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있더라구요. 술 많이 마시고,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산다,건방지다 등등이죠. 하지만 저는 술을 한 잔도 안 마셔요. 부모님과 잠시도 떨어져 살아본 적도 없구요. 건방지다는 소문은 저를 잘 모르는 분들이 톡톡 튀는 이미지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하하.”
#독신? Oh, NO!/ 결혼? OK!
인터뷰 중간 중간에 그녀의 휴대전화는 여러 차례 울렸다. 2000년 말 호주 여행 때 만나 사귀고 있는 현지 동포 사업가 변모씨(32)가 전화의 주인공이다. ‘혼기가 꽉찬 나이여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간절할 텐데….’ 하지만 이본은 아직은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한다. 당분간은 일에 푹 빠져 지내고 싶다고 한다.
“외국에 일이 있어 나갔다가 오빠(이본의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얼마 전 오빠가 ‘본이야,내가 청혼하면 받아줄거니?’라고 묻더라고요. 정말 소심한 남자예요. 근데 그런 말도 청혼으로 치나요?”
/김수진 aromy@sportstoday.co.kr /사진=강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