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정상외교로 미국을 선택했음에도 미 언론들 의 반응은 냉소적인 모습이었다. 심하게 보면 '비아냥'에 가까웠다.
미국의 보수를 대변하고 있는 뉴욕 타임즈를 비롯해 대다수 미국 언론들이 보인 반응은 이랬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반미(反美)주의자를 표방했던 노 대통령이 왜 갑자기 친미(親美)주의로 돌변했나.
그들은 정치를 위해서 반미를 외치다가 아쉬워 지니까 친미를 부르짖고 있 다고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대통령을 비웃었다.
결론은 노 대통령이 자세를 바꿔 미국은 좋은 나라, 혈맹의 나라라고 얘기 하고 있지만 '또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신뢰하기엔 좀 위험이 있다'였다.
객관적으로 봐서도 미국 언론의 '노무현 바라보기'는 일면 수긍이 가는 점 이 많다. 노 대통령은 당선전이나 당선 직후나 '자주적인 외교. 자주적 한 미관계'를 강조했다. 미국이 잘 살고 군사적인 힘도 있지만 그에 굽힘이 없이 우리가 할 말은 정확하게 전달하겠다는 뜻이었다.
그 말을 믿은 많은 사람들은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환호했다. 그 환호는 또 '표'로 연결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난생 처음 미국에 첫 발을 내디 딘후부터 그동안 했던 말은 거품처럼 사라진 듯 하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정당한, 대등한, 자주적인' 미국과의 관계를 부르 짖고 그를 바탕으로 당선된 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낮은 자세'로 임했 다.
미국에 도착하면서부터 '미국은 좋은 나라. 부러운 나라, 희망의 나라'로 칭송의 대상이었다. 국내에서는 자신의 코드(Code)맞추기를 강력하게 밀어 붙이다가 태평양을 건너서는 코드 맞추기의 대상으로 몸을 낮출 수밖에 없 었다는 얘기다.
그 결과 미국은 흡족한 표정이다. 친한국적인 미국 사업가라고 볼 수 있는 폴 챔버린 한미 컨설팅사 회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성과를 묻는 질문에 "매우 예외적으로 성공한 미팅"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결과를 도출해 내기위해 노 대통령이 보 인 자세다. 부시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예상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긴 했 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기대하던 성과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는 게 이번 한 미정상회담을 지켜본 국내외 언론들의 시각이다.
노대통령의 이번 방미 하이라이트인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느낀 점은 '코드 맞추기'가 항상 국력이나 국익과는 직결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노 정권의 역사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하다.
서울경제신문 2003-05-15 19:3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