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
어른들을 위한, 가슴 한쪽이 살짝 애려오는 따스한 동화 1편...
오세암은,
왠지 모르게 꼭 보고 싶던 영화다.
그 전에 일본 애니 "모노노케 히메"를 봐서 국산 애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왠지 무척이나 보고잡던 그런 영화였다.
문제는 영화를 보자고 하면 내 주변의 썰렁한 반응이 걱정이었다.
다 큰 어른이 무슨 만화영화냐 부터 시작해서 내 문화코드와 안맞는다느니 국산 만화영화는 아직 멀었다느니 하는 오만가지 소리가 튀 나올께 뻔했다.
그렇다고 혼자 영화보러 가는건 참으로 못할짓이었다.(아직은 내가 진정한 매니아 경지는 아닌 듯...ㅜㅡ;)
그러던 나는 결국 같은 문화Code를 찾아내서, 오세암을 봤다.(나와 같은 문화 Code를 가진 "L"에게 감솨를..^^)
관객은 딸랑 2커플......ㅜㅡ
그래도 "모노노케 히메"볼때의 3명 보다는 1명이 더 많았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피부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오세암은 색이 참 고은 영화다.
첫 화면에 나오는 단풍으로 예쁘게 물든 가을산과 푸른 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 하늘에서 내려다본 논과 그 사이를 조용히 내달리는 시골길이 그렇다.
또 눈내리는 암자의 하늘과 간간히 비치는 불상의 모습, 관세음보살의 탱화가 참으로 섬세하고 곱다.
우리가 자꾸 잃어만 가는 정감어린 색들이 상영되는 내내 고스란히 망막을 애무한다.
오세암은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다.
블록버스터나 코메디 또는 최근 오락영화들에서 봄직한 시각적 화려함이나 어지러운 속도감, 때론 귀를 학대할만큼 괴롭히는 가볍고 투박하며 저속한 언어의 남발이 없어서 좋다.
편안한 화면과 대사 한마디가 그냥 편안하게 긴장감 없이 때론 가슴이 메이게 그렇게 조용 조용히 다가온다.
오세암은 정성이 많이 들어간 영화다.
그 전에 내가 봐왔던 애니메이션들은 주인공만을 중심으로 그려져 주변 배경이나 소품들에게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빈번하게 있었다.
오세암은 영화 내용 중 걸어가던 길손과 감이가 우마차를 얻어타는 장면에서 오누이가 짚단위에 앉자 짚단이 사람 무게만큼 자연스럽게 눌리는 장면이 나온다. 신경 좀 썼다는 느낌이 딱 든다.
또, 눈이 내린 날 감이가 암자로 떠나는 동생 길손을 위해 탑돌이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눈을 밟는 감이의 발자국과 그렇게 한참을 지난 후 감이를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에서의 발자국이 어느정도 연결이 된다.
그 밖에 많은 부분들에서 정성을 들인 흔적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흠....아무튼
결론은 볼만한 영화다.
보고나면 가슴 한편이 살짝 아리는 느낌도 좋고, 그 간 너무나 자극적이고 스피드한 영화들만 봐오다가 잠시 정적으로 조용히 흐르는 편안함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았다.
오세암~
나중에 설악산을 가면 꼭 한번 들려보리라...
2003.5.14. 오세암을 보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