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을 은밀히 지원했던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흑인피해자들이 100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청 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아공 백인정권의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 헤이트) 피해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34개 기업을 상대로 뉴욕주 법원에 1000억달러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19일(현지시 간)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원고들의 숫자는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이끌고 있는 미국인 에드 페이건 변호 사는 지난해 독일 나치정권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 송을 내 스위스은행으로부터 12억5000만달러를 받아냈던 인물이 다. 원고들은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도이체방크, 드레스덴은행, 스위 스 UBS와 크레디 스위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프랑스계 크레딧 리용, 인도수에즈투자은행, 미국의 씨티그룹 등에 1000억달러를 청구할 계획이다. 컴퓨터 자이언트 IBM과 에너지기업들, 자동차 회사들도 포함됐다. 원고들은 미국 외국인손해배상청구법(ATCA) 에 근거, 이들 기업이 아파르트헤이트를 지원하고 부추겼다고 주 장한다. 이 기업들은 당시 흑인탄압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던 남아공 백인정권에 거액을 융자해주고 높은 이자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또다른 아파르트헤이트 피해자들이 씨티그룹과 JP 모건, 엑손모빌, 제너럴 모터스, IBM, 브리티시석유(BP), 셸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지만 구체적인 손해배상청구액수는 적시 하지 않았었다.

잇단 소송은 과거 백인정권을 지원한 기업들을 응징하기 위한 것 이지만, 흑인정권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백인들의 손에 남아있는 남아공의 경제권을 가져오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남아공에서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났으나 여전히 모든 경 제권은 다국적기업과 결탁한 백인 자본이 쥐고 있다. FT는 이번 소송이 피소된 기업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주가하 락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구정은기자 문화일보 2003-05-19 12: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