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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 다시 스크린쿼터인가?

 


쟁점화를 위한 멍석 깔기?

한동안 잠잠하던 스크린쿼터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4월 9일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한미투자협정(BIT)의 조속한 체결을 위한 스크린쿼터 축소/폐지 주장'을 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최근 대통령 방미에 동행했던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로 한국 영화계가 불안해한다. 미국이 한국 영화의 수입을 늘여준다면 한국 정부가 업계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발언하여 영화계와 문화연대 등의 반발을 샀다.


발언의 저의도 문제지만, 국가간의 문화적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사안을 놓고, 한 나라의 대표적인 경제 관료라는 사람이 사회적 합의도 없이 경솔하게 언급한 것은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사실 최근의 정치권에서 갑자기 스크린쿼터를 놓고 민감한 발언들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하여, 세간에서는 이것이 여론 조성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스크린쿼터 현상 유지는 대선 전부터 노무현 진영의 공약이었다. 섣불리 화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이 미디어를 이용해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 보자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더구나 20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 개발 어젠다)에서 열린 한미 경제협상에서, 미국이 영화, 라디오,TV 등 각종 시청각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과 맞물려, 잠잠하던 스크린쿼터 문제는 다시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 했다.


한미투자협정은 만병통치약인가?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한미투자협정(BIT)이란 상대국 투자자들이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투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협정으로, 국제시장에선 국가간 경제협력의 긴밀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간주되고 있다.


현재 경제적으로 한국은 대외신인도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투자협정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로 불거졌던 북핵 문제와 한미 관계 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경제적으로 대략 30-40억 달러 이상의 투자유치 효과를 일으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방미 중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지만, 실제 협정의 체결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많은 경제계 인사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정부는 조만간 한미투자협정과 관련하여 정부의 방침을 확정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전에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바로 스크린쿼터 문제인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관료들은 어려운 국가경제와 관련하여 '스크린쿼터를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크린쿼터 폐지 주장의 선봉 격이었던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한국 영화의 자생론을 내세우며, 이미 한국 영화는 스크린쿼터에 의존해야 할만큼 허약한 존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강 의원의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99년 이후로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40퍼센트를 넘어섰고, 정부가 매년 1500억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며 정책적으로 한국영화를 지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미국에의 경제종속도가 큰 우리의 입장에서 스크린쿼터 하나 때문에 투자협정을 포기하기에는 (미국은 느긋하다.)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투자협정의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반대 입장도 확고하다. 영화 감독출신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의 입장도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이 장관은 미국을 '정글의 공룡'에 비교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기 위해 스크린쿼터의 존재는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스크린쿼터가 미국 자본의 끊임없는 공격대상이었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미경제협상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노골적으로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강요해왔다. 그러나 스크린쿼터는 전 세계 영화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독점에 맞서 한국영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인식되어 왔다.


편향적인 경제논리로만 스크린쿼터를 재단하려는 시도와는 달리, 이미 수많은 문화관련 국제회의에서 로 인정받은 바 있다.


미국은 '진정 문화시장의 자유로운 개방을 위하여' 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제시하지만, 이것은 사실 대자본을 앞세운 불공정경쟁으로 미국의 문화독점주의를 합리화시키는 논리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문화독점에 찬성하는 소수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가 무역협정에서 '문화는 교류하되, 교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실리적인 측면에서 당장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면서까지 미국의 경제협력을 구하는 것이 단기적인 이익은 될지 몰라도, 이것은 장기적으로 커다란 손실이다. 스크린쿼터의 폐지는 곧 문화주권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한국영화가 한 때 점유율 40%를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었는지, 거기서 스크린쿼터가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더구나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아직 거품이 많다. 통계로 드러난 수치에 비하여 일부 상업영화에 집중된 투자자본으로 영화계의 다양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할리우드 영화와 그에 끼워맞추기 식으로 들어올 중소규모 영화들의 물량공세에 우리의 극장들이 배겨낼 만한 경쟁력이 없다. 이것은 내수 시장 규모에 비해 국제적으로 상당한 산업적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한국 영화 시장의 국제 경쟁력까지 훼손하는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스크린쿼터, 토론해봅시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단순히 경제, 문화의 한 가지 편향된 차원에서 파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고찰해야할 문제일 뿐더러, 이것은 정부 정책이 아닌 문화의 수요자이자 당사자인 대중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어야할 문제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면, 공개적으로 정부와 문화예술계, 대중이 같이 공론화 하는게 바람직하다.


여기서 몇 가지 경계해야할 사안이 있다. 먼저 정부나 일부 경제 관료들이 스크린쿼터를 집단이기주의의 관점에서 규정지으려고 하는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검찰파동, 물류대란, NEIS 사태, 5.18 한총련 사태 등과 관련하여 정부가 각종 이익단체들의 압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초조함 때문에 스크린쿼터 문제를 편향적으로 인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스크린쿼터 문제는 우리에게 현재 너무나도 민감한 '미국'과 '경제'라는 두 가지 악재와 연관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현실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입장의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균형 잡힌 시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반대로 문화예술계나 시민단체 등에서 스크린쿼터 문제를 '친미-반미'의 문제로 왜곡시키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의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이상한 사회적 흐름은, 모든 문제를 진보-보수, 친미-반미, 친북-반북 등의 파시즘적 이분법으로 규정지으려는 듯한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스크린쿼터는 문화주권의 문제이기도 하고, 경제 논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정치적이나 감정적으로 접근하려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스크린쿼터를 이념성과 연계시켜서 극단적인 대결 양상만 조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직은 정부는 신뢰를 상실할 정도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 3월 31일, WTO 서비스협상 양허안 제출과정에서 시청각 서비스분야를 제외하였다. 정부 역시 문화가 무역협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아직은 일정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었다.


물론 스크린쿼터가 언제까지 한국 영화를 지켜주는 무적의 방패가 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하여 스크린쿼터 문제를 재검토하는 날도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시점에서, 경제 압박에 굴복하여 우리의 문화주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론'에 대하여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항상 아니라고 하면, 그럼 그 때는 언제 오는가?'하고.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스크린쿼터를 놓고 단순한 유지/폐지 논쟁을 벌이는 것을 넘어서 발전적인 대안을 나누어 볼 때다.

/이준목 기자 /오마이뉴스 2003-05-23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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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www.screenquota.org/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홈페이지

좋은친구♬~
2003-05-23 20: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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