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 폐지가 잘못이라는 주장에 대해 대개 다음과 같은 논리로
가산점 폐지를 옹호하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1.가산점은 일부 군필자만 이득을 주기 때문에 안된다. 군필자들은
모든 군필자에게 차별없이 지급되는 보상을 국가에 요구해야지, 여성
운동단체에 화살을 돌려야 되겠는가?
2.군복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 왜 가산점에 집착하는가?
군대의 비리나 의문사에 대해선 입도 뻥끗 못하면서 왜 가산점을 핑계
삼아 남성우월주의를 드러내는가?
3.가산점이 여성의 공직진출에 장애물이기 때문에 안된다. 가산점 아
니라도, 군가산호봉이 있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닌가?
4.모병제 하자.
먼저 분명히 해야할 것이 있다. 군가산점은 결코 남자에게만, 남자라
는 이유로 준 것이 아니었다. 군필한 자는 남여 구별없이 적용되었기
에 이는 성차별과 무관하였다. 헌재의 판결문은 '병역이란 국민의 의
무이므로, 의무에는 보상해선 안된다'는 논리로 가산점을 포함한 모든
보상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오직 노예제 국가에서
나 볼 수 있는 발상이므로 헌재의 판결에 찬성하는 자는 지금 즉시 P
를 눌러 이 글을 볼 필요가 없을 것이나, 군필자에 대한 보상이 필요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지금부터 전개될 군가산점의 정당성 주장을
일독하기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군대는 남자나 가야 할 곳이고, 군
복무는 보상을 요구할 성질이 아니니까 입 닥치라는 사람이나 이미 벌
어진 사태를 무슨 수로 뒤집을 거냐고 냉소하는 사람은 이 글을 볼 필
요가 없겠다.
징병제건 모병제건, 군복무자에 대해 합리적인 보상책을 강구하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국방의 환경에서 남한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대만
의 경우 현역 사병의 월급은 우리 돈으로 평균 45만원 정도이며, 대만
정부는 군필자에 대한 처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북한이나 중국에서도 군필자는 미필자에 비해 월등히 좋은 대우
를 받는다. 북한, 중국은 모병제 국가이며 아무나 군대 갈 수 없다. 우
리보다 잘 사는 나라로서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이나 모병제로 선
회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병역이행자들에 대해선 각별한 예우를
하고 있다. 왜 그런가? 군대가 하는 일은 원래 고달프고 힘겨워서 개인
의 행복추구권을 억압하지 않을 수 없고, 군대가 창출하는 국방서비스
만큼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들 국민들은 모두 수긍하
기 때문이다.
첫째, 군가산점은 극히 일부 공무원 시험 응시자에게만 해당되므로 안
된다는 주장은 '동기'와 '결과'를 혼동한 경우이다. 만약 군가산점이
7~9급 공무원 시험뿐 아니라 국가가 채용하는 모든 인력에 대해 적용
된다면 그런 소리는 상당히 수그러들게 되어 있다. 사법시험,외무고시,
행정고시 및 각 국영기업체 공채시험에서 군필자에 대해 일정한 가산점
을 부여한다면 군미필자들은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
리고 이야말로 군필자들이 단합하여 국가에 촉구할 사항이다.
왜 그런가?
국민의 일부에게 병역의 의무를 지워 징집한 것은 국가이지 사기업이
아니다. 사기업은 국가의 국방서비스를 받는 댓가로 더 많은 국방비 부
담을 하면 족하다. 기업이 국가의 책무인 군필자들에 대한 보상을 할
이유가 없다. 기업주가 판단하기에 군필자들이 업무수행능력이 높고
기업의 이익에 더 헌신적일 때 군필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것
에 대해서 국가가 하지 못하게 할 수 없는 것처럼, 군필자라는 이유로
미필자들보다 더 많은 급료를 주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병역에
대한 보상은 국가가 할 일이다.
그럼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는 자들은 군가산점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은 자진해서 기회를 포기한 자일뿐 혜택에서 소외된 경우
라고 할 수 없다. 국가가 모든 군필자들에게 강제로 공무원 시험을 보
게 할 수는 없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되, 선택은 각자가 알아서 하면
된다. 그럼 군대 안가는 여성들은 뭐냐고? 국가는 그들 여성지원자들이
군필자와 같은 가산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되는 것이다. 병역
의무를 국민의 일부에게만 부여하고, 그 의무이행에 대한 댓가가 불공
평하다고 하면 안된다. 여성단체는 이렇게 주장하였다. '군대를 갈 기
회가 없는 여성에게 군가산점은 차별일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여성
들도 독일 여성들처럼 여성에게 군의 문호를 개방하여 더 많은 여성들이
군대를 갈 수 있게 하든지, 아니면 신체 허약한 남자들이 하는 공익
근무를 여성들도 할 수 있게 하든지 하여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군가산점을 남여대결로 몰아가며 군필자
들을 기득권자로 규탄했기에 비난을 받았다.
군가산점으로 병역이행에 대한 보상이 다 끝나는 것이 아님은 다른 나라
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군가산점은 단지 부분일뿐, 그걸로 국가가
할 일을 다했다고 해선 안된다. 그러나 그나마 존재했던 가산점마저 없
애는 나라에서 군필자에 대한 절대적 보상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회의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국가가 군필자들에게
보상할 재원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되어 있으며, 국민의 담세능력과
군필자에 대한 보상에 대한 공감 정도에 따라 장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일이지, '억울하면 니들도 우리처럼 국가에 떼를 쓰란 말이다. 왜 우리
들에게 화풀이냐?'라고 해선 안된다. 그러기에 군필자들은 요구해야 한
다. 군가산점을 부활하되 가산점이 적용되는 분야를 모든 공직 공개채용
시험과 국영기업체 입사시험에 확대하라고 말이다. 국가가 군필자들에 대
해 대대적인 감세혜택을 주고 각종 사회보장비용을 면제해줄 때 여성을
포함한 미필자들은 이를 감내하겠는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
면서 군필자들이 비겁하게 군다고 힐난하는 꼴을 더 보고싶지 않다.
둘째, 군복무환경 개선은 군필자에 대한 보상과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군필자들이 언제 후배 군인들이 더러운 병영에서 군대생활해야 한다며
국방비 부담을 거부하기라도 했는가? 군복무 환경의 수준과 상관없이,
병역이행은 그 자체로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당사자의 발전기
회를 가로막기 때문에 국가는 군필자에 대한 보상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다. 군대 내 비리나 의문사 등 인권 탄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
할 수 있다. 군필자라면 누구나 군대 내의 구타와 인권 탄압에 대해 알
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회가 닿는대로 그 의
사를 표현한다. 군대 내의 부정과 비리를 어영부영 넘어가려는 사람보다,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나은 환경에서 군대생활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
람이 월등히 많다. 그래서 군필자들은 군대 내 의문사를 적발하고 책임
자를 처벌하라는 인권단체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군복무자에 대한 국가의 보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
지 않는다. 우리들의 후배 군인들은 선배들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병역을
수행하며 국가의 존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감사를 받으며 개인의 희생에
값하는 보상을 마땅히 누려야 한다. 그 후배 군인들이 남자건 여자건 상
관없이...
셋째, 가산점이 군대 안가도 되는 여성들에게 공직진출의 장애물로 작용
한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앞서 제시한 공
익근무 필한 여성에 대해 군가산점과 같은 효력을 갖는 사회봉사 가산점
을 주는 길이 있다. 둘째는 가산점의 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만점을 맞
고도 떨어지는 경우라면 가산점을 낮추는 대신 컴퓨터 조작능력을 필수
로 하는 등의 보완책을 제시하고 시험의 난이도를 조정한다면 해결이 불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하여 국가의 존립을 위해 봉사한 자들에게
응분의 지원을 하고 업무수행 능력이 향상된 인재들을 공직자로 맞아들일
수 있다. 가산점이 합격 불합격의 결정적 변수가 되지 않게 한다 하여,
굳이 가산점 폐지로까지 비약되어선 안되는 일이었다. 대만의 가산점은
이런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군필자들에게 가산호봉을 주는 것
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군인의 신분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신분으로 일하다가 공직에 취직했다면 당연히 그 경력을 인정해야 한다.
공익근무자도 마찬가지다. 여태까지 군필자들에게만 군경력을 인정하고
공익근무자들은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지, 군필 가산호
봉받았으면 되었지 무슨 가산점까지 받으려 하느냐고 할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가산점이 보상의 전부는 아니며 정부는 앞으로도 재원이 허락
되는 한 다양한 군필 보상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모병제하자는 주장도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모병제 하에서도 군
필자들에 대한 다양한 보상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돈 많은 미국의 경우나
돈 없는 북한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남자들 대부분이 군대 가야 하
기 때문에 군필자에 대한 보상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 모병제건 징병제건 군복무가 고생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이며 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국방서비스의 산출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군필
자가 너무 많다면 개개인에게 돌아갈 보상의 몫이 작아짐을 의미할 뿐, 국
민의 당연한 의무이기에 보상할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우리가
왜 모병제를 할 수 없는가는 자명하다. 한마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명분으로 별 고민도 없이 군가산
점을 폐지한 역사적 과오를 범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부정적인 효과를 가
져올지 자명하다. 군복무란 결코 '신성한' 의무가 아니다. 이는 누구도 하기
싫지만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 국민
의 법감정을 해체하지 않을 것이다. 법감정은 상식에 기반하고 있다. 상식이
여지없이 파괴될 때 남는 결과는 공동체의 붕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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