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사는 13세 한국인 여아가 방학때 귀국했다가 고모부로부 터 성폭행 당한 사건(문화일보 2월 27일자 23면)에서 재판부가 영국에 거주하는 피해아동의 법정출두를 요구하며 피의자를 석방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민주(가명·여·13)양 성폭행 사건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 7 단독 손주환판사는 27일 영국에 사는 김양을 법정에 출두시키기 위해 영국과의 공조에 필요한 6개월을 고려해 재판을 11월 27일 로 연기하면서 구속중인 피의자(고모부)에 대해 보석을 결정했다 고 피해자 대리인인 강지원 변호사가 28일 전했다.
강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에서 이미 조사를 다 받은 후 영국으 로 돌아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열세살짜리 김양에게 다시 법원에 출두해 진술을 하라는 건 명백한 아동학대”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강 변호사는 특히 “형사 소송법 314조 (증거능력의 예외조항)에 사망, 질병, 외국거주 등 의 사유가 있을 때 수사기관(경찰 및 검찰)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의무규정은 아니지 만 판사가 이를 적용해 성폭력 피해 아동의 법원출두를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 사는 피해자 어머니 박모(37)씨는 기자와의 국제전화에서 “도대체 한국 법원은 아이의 진술을 이처럼 무시할 수 있는가 ”라며 “제발 내 딸을 더이상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 먹였다.
이에 대해 손 판사는 “피해자는 재판에 임의출석하라는 요구를 거부했고, 외국에 거주하는 사건 당사자의 경우 외국송달을 밟아 야 하는데 6개월이 걸려 재판을 6개월 후로 연기했다”며 “피의 자 구속기간은 구속시작부터 6개월로 정해져 있는데, 이 피의자 의 경우 4개월의 여유 밖에 없어 일단 보석으로 석방했다”고 설 명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 심리를 해 유죄로 인정되면 사안에 따라 실형선고와 함께 보석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판 사는 또 증거능력의 예외조항에 대해 “이는 송달 등 온갖 방법 을 다 시행한 뒤 진술을 받을 수 없을 때 사용하는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성폭행피해자부모모임 송영옥 대표는 “정신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고 성폭행 사실을 잊어가고 있는 아동에 대해 법원 에 출두, 진술을 요구하는 것자체가 문제”라며 “피해아동은 또 다시 과거 악몽을 되살려야 되고 그 충격으로 치료는 다시 원점 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유학중이던 김양은 지난해말 방학을 맞아 고모댁을 찾았다가 고모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올 2월 김양은 어머니 박씨와 함께 고모부를 처벌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경찰과 검찰 조사를 거처 지난 3월 고모부가 구속되는 것을 본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