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대국민 정책홍보를 명분으로 언론 접촉에 팔을 걷고 나서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계는 이런 움직임이 참여정부 언론정책의 기조가 바뀌는 신호탄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무총리 직속기관인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참여정부 출범 100일 성과 홍보계획’을 차관회의 보고자료로 올렸다. 이 문건은 각 부처 장·차관에게 △방송사에 100일 계기 기자회견 사전 요청 △TV·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출연 △주요 일간지에 정부 성과 홍보칼럼·기고문 게재 △언론사 간부·출입기자단 간담회 실시 등을 추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언론과 일정 거리를 유지했던 청와대 비서실의 기류도 급변하고 있다.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이 지난 26일 중앙 언론사 정치부장단과 오찬모임을 가졌고, 노 대통령은 30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문희상 비서실장과 문재인 민정수석, 조윤제 경제수석 등도 각각 노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오는 6월4일 이전까지 중앙 언론사 부장단과 만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각 부처 장·차관의 언론사 예방 관행이 사라졌다. 대통령도 일부 언론과 선별적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방미를 앞두고 통일외교담당 논설위원들을 만나는 등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언론과 접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참여정부의 언론접촉 양태는 이런 틀을 깨는 쪽으로 변하고 있어 다양한 관측과 해석을 낳고 있다.
신문들은 진보·보수지 모두 이런 변화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진보진영은 “보수언론의 조직적인 저항을 이겨내지 못한 결과”라며 “보수언론과 타협을 꾀하는 유화론이 노정권 내부에서 세를 얻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에선 “언론을 정권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든다”며 참여정부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엇갈리는 비판에 대해 청와대는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은 바뀐 게 없다”며 세간의 추측을 일축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의 보고내용은 때가 되면 항상 있어왔던 일상 업무의 하나일 뿐”이라며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너무 교조적으로 해석하려드는 태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번 변화는 그동안 대통령이 모든 국정운영을 일일이 언론에 설명해 오면서 생겨난 피로감을 줄여야 한다는 내부 자성에서 출발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언론계 일부에서는 여전히 참여정부의 이번 변화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해석이다. 한 신문사 논설위원은 “방미 성과가 논란을 빚으면서 우호 매체들까지 이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또 최근에는 친인척과 측근 인사들까지 보수언론에 발목을 잡혀 있다는 여러 정보 등을 종합해 볼 때 노 대통령 개인은 아니더라도 참여정부의 언론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봐도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기석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너무 일찌감치, 또 너무 자주 언론에 적대감을 보여온 것이 오히려 개혁을 주저앉히고 싶은 수구세력에게 반격의 빌미를 준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번 변화는 그동안의 대언론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자임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한편으로는 참여정부가 언론철학과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물음을 던지게 된다”고 평가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일상 발언을 확대 증폭해 국민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참여정부의 최근 변화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며 “이는 음성적인 언론과의 뒷거래와는 분명 차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환 기자 hwany@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