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부실 3총사…정상화 빛이 없다.
국내에 초고속 인터넷을 최초로 도입한 두루넷이 올 3월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시외와 국제전화사업을 겸업하던 온세통신은 4월에 법정관 리 신청을 했다. 국내 2위의 초고속 인터넷 업체인 하나로통신은 경 영권 내홍을 겪으면서, 경영위기설이 돌고 있다. 데이콤도 1·4분기 에 1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제2 시내전화 사업자이며 업계 2위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인 하나로통 신은 1분기에 매출 3291억원에 5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회 사 측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기존 가입자의 이탈이 지속되고, 신 규가입자의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재무상 손실 외에도 하나로통신은 현재 ‘주인 없이’ 집단 경영체제가 도입 돼 있을 만큼 경영권이 취약하다. 두루넷과 온세통신도 실적 개선이 난망하다. 두루넷은 올 1분기에 매출 1000억원에 당기순손실 251억78 00만원을 기록했다. 온세통신은 1분기 144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보였 다.
KT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발 유선 사업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셈. 유선통신 업계 전체가 요금인하, 신규사업 부진, 경쟁 심화 등으로 한계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 이중 LG 품안에 있는 데이콤을 제외한 두루넷,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 3사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난다는 전망도 불투명하다. 주력사업인 음성통화와 전용회선 사업은 수익성 이 급격히 악화됐고, 초고속 인터넷 사업은 시장이 포화상태다.
이들 업체는 후발업체들에 대한 획기적인 정부의 정책지원과 외자유 치, 인수합병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업체, 정부, 시장 상황 모두 구조개편이 용이한 상황이 아니다. 일부 업체 직원들은 아예 독자생존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나로통신 : 외자유치로 독자생존 모색
“KT의 대항마로써 하나로통신의 존재는 꼭 필요합니다. 외자유치가 이뤄지면 독자생존에 문제가 없어요. LG로 경영권이 넘어간다면 제2 의 하이닉스가 되고 말 겁니다.” (하나로통신 Y팀장)
하나로통신의 내부 정서를 대변하는 말이다. 올초 LG에서 신윤식 전 회장을 물러나게 했을 때만 해도, 곧 하나로 통신이 LG의 통신 3강의 한 축을 형성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하나로 통신이 내부적으로 외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LG 측이 명확한 투자 의사를 밝히지 않자 이러한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현재 하나로통신 내부직원들은 외자유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미국계 모 펀드와 함께 기본적인 계약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는 후문 이다. 내부 직원들은 외자유치를 통해, 대주주 지분에 변동이 생기면 하나로 통신이 현재처럼 ‘주인 없는 기업’으로 독자생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 상황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것.
1. 외자유치 추진
외자유치 추진팀의 한 직원은 “지분율 변동에 관해 대주주들 협의만 완료되면, 외자유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 측에도 재벌로의 합 병보다는 독립기업으로 남아 있는 게 좋다는 논리로 설득하고 있다” 고 밝혔다. 최근 임원 연봉 삭감과 인원 조정 같은 구조조정 방안도 외자유치만 이뤄지면 일부 직원들의 ‘명예퇴직’정도에 그칠 것이라 는 소문이 사내에 돌고 있다.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국내 기 업은 LG와 SK 정도. 하지만 LG그룹은 하나로통신의 2조원이 넘는 부 채를 떠안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SK텔레콤은 그룹 문제로 타 회사 인수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LG나 SK나 하나로 통신이 극단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가야 움직일 가능성 이 있다”면서 “현재로선 자신들의 주머니 돈을 쓸 생각이 없어 보 인다”고 밝혔다.
실제 LG그룹은 하나로통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LG그 룹 내부 관계자는 “LG계열 통신 사업체들이 지금까지 실적이 모두 부정적이다”면서 “통신사업 추진전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 ”이라 밝혔다.
이런 와중에 하나로통신의 CEO는 한달 넘게 공석이다. 미국계 펀드는 자신들이 투자를 한 이후, CEO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방침으로 알 려졌다. LG와 삼성, SK 등 대주주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LG 측은 돈 안들이고 경영권을 쥐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고, 삼성은 LG 측 인사가 CEO가 되는 것을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다. SK도 LG의 통신 3 강을 견제하면서, 여차하면 경영권에 간섭할 태세다. 이처럼 내부 직 원들과 대주주 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장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 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있다.
■두루넷 ,온세통신 : M&A가 유일한 희망
하나로통신과 정반대로 두루넷, 온세통신은 자신들을 받아 줄 상대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KT와 SK가 유력한 대상. 통신서비스 시장 에 대한 구조 개편 필요성이 절실한 지금 이들에 대한 M&A는 필수적 이다.
하지만 인수합병 작업은 정체 상태다. 두루넷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KT가 주변 업계의 비판 여론을 의식,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인이 전제 돼야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 데이콤도 두루넷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LG그룹이 통신 사업 전략을 재편하면서 인수협상은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온세통신에 대한 M&A도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법정관리인이 취임 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는 하반기에나 협상이 가능할 것 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두 회사에 대한 M&A가 지지부진한 이유에는 하나로통신과 무 관치 않다. 하나로통신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야, 통신시장 구조 개편의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KT 등 인수 가능업체들이 ‘비용’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끌면서 가격을 낮추려 한다는 의혹 도 제기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두루넷이나 온세통신 모두 시장 전 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인수 대상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면 서 “지금 당장은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처리가 늦어질수록 전체 통신시장에는 부담 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저가 출혈경쟁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정 부에서 통신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조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온다.
■정통부 : "지금은 바쁘니 다음 기회에"
실제 정부 지원만 바라보는 것도 후발 사업자들의 공통점이다.
업계에선 유선통신 업계 구조조정이 빨라져야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 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하지만 정보통신부 정책은 ‘공백상태’라 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진대제 장관은 통신시장 유효경쟁을 위한 인위 적 조정을 않겠다는 입장이다. 통신시장을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는 것 .
통신정책을 담당하는 정보통신정책국과 정보통신진흥국 등 실무부서 역시 정부교체와 인사개편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업무 파악에 분주한 상황이다.
후발 통신업체의 홍보담당 임원은 “시장에서 경쟁에 밀려 부진한 실 적을 낸 것에는 회사 책임도 있지만 통신시장 속성 상 정부 정책의 실패도 있다”며 “정부가 후발 사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통신시장에 대한 기본원칙 을 정립하는 기간이다. 통신시장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 련하고 정착시키는 게 급하다”면서 “생존을 전제로 한 개별 기업 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매경ECONOMY 2003-05-29 17: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