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전기 최종부도 브라운관시장 `회오리`
브라운관 전문 생산업체인 오리온전기는 자금경색으로 지난달 30일 최종 부도를 내고 이르면 2일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오리온전기는 지난 29일 외환은행 구미지점으로 돌아온 LG마이크론 40억원, 한국전기초자 16억원 등 56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데 이어 30일에도 32억원의 약속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부도배경=오리온전기는 5월이 영업 비수기인 데다 이라크전쟁과 사스 확산 여파로 매출액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아울러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품 공급이 제대로 안 돼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조업 차질이 부도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달 매출 목표를 520억원으로 예상하고 자금 운용을 해왔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브라운관 생산 2개 라인 가동이 중단되면서 하루 25억원의 손실을 빚어 5월 매출이 420억원 정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는 바람에 운영자금이 동결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물류대란이 부도에 직접적인 영향이었지만 이미 지난 98년 대우사태로 인해 워크아웃에 들어간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시각이다.
◇향후 전망=오리온전기는 이르면 2일 김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인데 법원은 실사를 통해 한달내 회사를 회생시킬 것인지 아니면 청산절차를 밟을 것인지를 최종 판결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오리온전기가 구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법원이 회생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구미시에서도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번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이 매각을 방침으로 정했으나 1년여 동안 매입자를 찾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인원 조정, 한계사업 정리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청산 철자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오리온전기의 문제는 대우사태에서부터 비롯됐기 때문에 회생을 위한 노력이 오히려 문제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판단, 법원이 청산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브라운관시장 구조조정 가속화=오리온전기의 법정관리 신청은 브라운관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브라운관시장은 TFT LCD, PDP 등 첨단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감하자 대부분의 브라운관 업체들이 미래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니, 미쓰비시, 도시바 등 일본업체들은 브라운관 사업을 일부 철수했고 추가 철수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세계시장 1위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유럽공장 2개곳을 폐쇄,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세계 3위인 중국의 중화영관은 시장 위축에 따라 내년도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으며 세계 2위인 삼성SDI도 PDP, 이차전지 등 미래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리온전기의 법정관리로 한계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오리온전기가 공급해온 세계시장 물량을 LG, 삼성, 중화영관 등 3개사간 분점 경쟁이 일면서 세계 1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오리온전기는 베트남과 멕시코 등에 해외공장을 두고 있으나 이들 공장은 별도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고 오리온전기의 법정관리와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