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초대 내각이 4일로 데뷔 100일을 맞는다. 초대 내각 파격 인선의 백미로 꼽혔던 강금실 법무부장관(47)도 취임한지 100일이 된다. 취임 초기에는 법무부 사상 첫 여성장관과 최연소 장관이라는 부담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이후 당당하면서도 자유로운 행보로 장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강장관은 그러면서 차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첫 여성 법무장관의 취임 100일을 '견제와 균형'관계에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들로부터 들어봤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강장관은 '딱따구리'다. 들쑤시고, 하려하며, 톡톡 튄다.
#"스커트에 꼰 다리, 결례였다면 사과합니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47·비례대표)은 강장관의 고교(경기여고 63회), 대학(서울대 법대 33회) 동창이다. 사법고시 합격은 조의원이 강장관(23회)보다 한차수(22회) 빠르다. 두 사람은 판·검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몇달에 한번씩 모임을 가질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그런 강장관을 바라보는 조의원의 눈길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의원은 강장관에 대해 "같은 성적 소수자로서 동질감과 비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남성 의원들이 젊은 여성인 강장관에게 너무 심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강장관이 '신고식'을 했던 지난 3월18일 법사위 회의가 한 예다. 이날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강장관의 옷차림을 문제삼았다. "대통령과 평검사 간의 대화에서 강장관이 스커트를 입은 채 다리를 꼬았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강장관은 즉시 "결례였다면 사과하겠다"며 재치있게 '위기'를 넘겼다. 조의원은 강장관에 대해 "불리한 여건임에도 업무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의 바르고 똑소리 납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68·서울 강북을)은 강장관을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다'고 평가했다. 조의원은 "개각 초기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이 강장관을 두고 '철의 여인'으로 불렀다기에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젊은 장관의 과감한 언행이 국회에서 논란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우려됐다는 것이다.
정작 법사위에서 마주친 강장관은 조의원의 예상과 달랐다. '예의를 깍듯하게 지키는 겸손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조의원은 법사위에 첫 출석한 강장관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대구지하철 사고 현장훼손과 관련해 "검찰총장은 사건 발생 10일 후에야 진상규명을 늑장 지시했고, 전·현직 법무부장관은 사건발생 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질책했다. 강장관이 "즉각 조치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조의원은 이 대답을 '의례적인 답변이겠거니' 하고 무심히 넘겼다.
그러나 강장관의 '조치'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강장관은 법사위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서울고검 청사를 찾아갔다. 송광수 검찰총장과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조의원은 "법사위 의원들의 지적사항을 그냥 흘려듣지 않는 것을 보고 강장관이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다고 생각했다"며 "강장관은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왔다갔다 합니다"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61·울산 남구)은 '강장관 저격수'다. 최의원은 법사위 회의 때마다 강장관에 대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강장관에 대해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의원은 "강장관이 그동안 한총련 수배 해제와 합법화를 거론하다 5·18 이후 한총련 처벌 의지를 밝히고 있다"며 "한총련 문제에 대해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의원은 지난 3월18일 법사위에 첫 출석한 강장관에게 "반국가 단체인 한총련 합법화가 말이 되느냐"고 질문공세를 폈다. 당시 강장관은 "그것은 오해다. 한총련 합법화가 아니라 한총련 강령에 대해 재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최의원은 이에 대해 "법이란 앞뒤가 맞아야 권위가 있다"며 "강장관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종원 기자 higher@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