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인터넷망 개방을 앞두고 이동통신업체와 유선 포털업체,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 관련업체들은 5월 27일 비공개로 막판 의견 조절을 위한 회의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회의에서 논의할 내용과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통신업체 밑에 들어가 사업을 해야 한다. 이동통신 사업자만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구입한 콘텐츠에 대해 돈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망을 개방한다는 것은 이동통신 사업자가 자사의 관계사나 자사에 소속된 콘텐츠 업체가 아니라도 무선 사이트를 운영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규격을 공개하고 정보이용료를 받아주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현재 유럽이나 일본과 같이 망을 개방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동통신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불만이 많다. 불만의 주대상은 바로 국내 최대 이통업체인 SK텔레콤이다.
정통부는 지난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흡수 합병을 허가하면서 몇가지 조건을 걸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선 인터넷망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통신망 개방을 약속하지 않은 LG텔레콤이나 KTF 등 통신사는 이미 사실상 망을 개방했다. 그러나 정작 약속을 가장 먼저 한 SK텔레콤은 현재까지 무선 인터넷망을 열어놓지 않고 있다.
SKT “서비스하려면 사인 받아야”
SK텔레콤은 그동안 거의 실행 불가능한 것을 망 개방 전제조건으로 포털이나 콘텐츠 제공업자에게 요구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무선사업팀 김용훈 팀장은 “작년에는 망을 이용하려면 이용자의 사인을 일일이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1000만명이 넘는 011 사용자에게 사인을 일일이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SK텔레콤측은 당시 사인을 요구하는 이유를 다른 사업자들은 휴대전화에 스팸메일을 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SK텔레콤은 입장을 좀 누그려뜨렸다. 지난 5월 22일 포털 사업자들은 인터넷 기업협회 주제로 대외비 회의를 열었다. 최근 SK텔레콤이 비공개로 내놓은 ‘비즈-SMS 서비스 이용약관’에 대한 포털 업체들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자리였다.
일단 SK텔레콤은 사업을 위해 일일이 사인을 받아야한다는 조항을 없앴다. 사용자들은 유선 인터넷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 SK텔레콤 사이트로 이동해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2번 사이트를 왔다갔다 하며 인증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SK텔레콤 ‘비즈-SMS(단문메시지) 서비스 이용약관’은 또 콘텐츠 제공업자의 서비스가 자사 무선 인터넷망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에 SK텔레콤이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여기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NHN 송재화 무선사업팀장은 “일방적인 계약”이라며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최소 2주 전에 알리고 서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득이하게 통보 없이 서비스를 임의로 중단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예외적인 상황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포털 사업자 콘텐츠 서비스 업자 등 무선 인터넷 사업 관계자들은 5월 27일 정통부에 모여 비공개 회의를 열고 SK텔레콤이 내놓은 ‘비즈-SMS 서비스 이용약관’을 최종 검토할 예정이다. 다음 김용훈 팀장은 “서비스 시기가 늦어질수록 불리하기 때문에 SK텔레콤의 약관을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즉 일단 SK텔레콤이 내놓은 약관 내용을 업체들이 수용하는 가운데 회의가 끝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또 소형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포털 등 대형업체와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대형 포털이나 제조업체가 사업 초기 마케팅을 위해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지금도 일부 밸소리 등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형 포털들까지 무료 마케팅에 나설 경우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 소형업체의 입장이다.
무선 인터넷 시장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벨소리, 컬러링 등 무선 인터넷 음악 시장 규모만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타 사업을 계산하면 4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개방을 앞두고 업체간 대립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백강녕 주간조선 기자(young10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