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모른다는 다단계 판매도 이번 불황에는 두 손을 들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다단계 판매 업체들의 매출은 전년대비 30~40%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실업난과 고용 불안 여파로 다단계 판매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회원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단계 판매 시장규모는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98년 이후 매년 급신장을 거듭해왔다. 업계 전문지 ‘월간 네트워크 매거진’ 조사에 따르면 98년 다단계 판매 매출은 4251억원. 99년 9146억원, 2000년 2조12억원, 2001년 3조8286억원, 2002년 5조5500억원(추정치)등 해마다 2배가량 성장했다. 간판업체인 한국암웨이 역시 98년 1160억원에서 2001년 7250억원으로 폭발적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1조1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 1조원 돌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올들어 한국암웨이의 매출은 전년대비 30% 가까이 줄어들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직접판매협회 배기정 부회장은 3일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업체별로 매출감소가 평균 30%, 많게는 5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10~20% 안팎으로 매출이 감소한 백화점, 할인점 등 타 유통업태에 비해 훨씬 큰 하락폭이다. 업계에서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와 지난해 관련법규 개정에 따른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올 1월부터 공제조합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다단계 판매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시장 위축에도 아랑곳없이 업체별 회원수는 올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미 시장 정착단계에 접어든 암웨이, 앨트웰 등 메이저 업체들보다 제이유네트워크, 고려한백 인터내셔널 등 후발업체들의 회원수 증가가 두드러진다. 제이유네트워크의 회원수는 지난해말 6만5000명에서 5개월만에 1만5000명이 늘어났다.
고려한백 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해 35만여명에서 6월 현재 45만여명으로 10만여명이 증가했다. 불경기마다 나타나는 고용불안과 실업난에 따른 고용 흡수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기업체들의 주5일 근무제 실시 영향으로 다단계 판매원의 평균 모델이 ‘40대 주부’에서 부업 거리를 찾는 20~60대 직장인들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다단계 판매업체의 회원수 증가는 통상 매출 증대로 직결되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최근 회원수 증가에도 불구,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가계 사정 악화와 신용카드 대란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제이유네트워크 유승철 이사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통적 인기상품인 고가 건강식품 판매는 줄어들고 대신 라면, 쌀, 김치 등의 판매만 늘어, 최근 주력상품군을 저가 생필품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회원수의 꾸준한 증가가 결국 다단계 판매의 저변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직판협회 배 부회장은 “불황이 다단계 판매에는 기회라는 것이 업계 속설”이라며 “시장에 거품이 빠져 예전같은 붐은 힘들겠지만 회원수 증가가 조만간 다단계 판매의 매출과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윤정기자 prufrock@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