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다.' 충북 음성 꽃동네 입석에 새겨진 명문장이다. 사지가 멀쩡한 것만으로도 주님의 은총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갔다올때마다 비장애인으로서 커다란 위안을 삼고 산다. 현재 꽃동네에서 보호받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부랑인, 정신지체 장애인, 심신장애인, 알콜중독자 등이다.
연례 행사로 꽃동네 봉사 활동을 하다 보면 그 규모와 체계에 놀란다. 봉사 활동 예약이 한두 달 가량 밀려 있을 만큼 전국적인 관심과 성원이 지속되고 있는 공간이다.
이 음성 '꽃동네'의 얼굴이자 산증인이자 국민적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던 오웅진 신부가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여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니 믿을 수가 없다. 여전히 믿고 싶은 성자 오웅진 신부가 비리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돈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길 잃은 목자였다니 진정 눈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내사 과정을 통해 공금 횡령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듣기도 생각하기도 싫은 전과가 포착되었다니 가뜩이나 목자다운 목자 없는 세상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선다. 그간 새 코에 땀일망정 얼마 되지 않는 후원금을 보냈던 나로서는 또 하나의 믿을만한 사람이 '돈'이라는 요물에 추락하는 모습을 보며 상심하고 있다.
사실, 종교계나 교육계의 비리는 은밀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 또한 신중하게 검토하여 보도해야 한다. 다수의 성직자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물론, 선량한 개인이 비도덕적 개인에 의해 심정적 불구가 되고, 사회 전체에 불신과 반목의 파장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의 '왕따'니 '교실 붕괴'에 '학교 붕괴'니 하는 용어는 최근 몇 년 동안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몰라도 좋은 사건들이 우리 교육 전반을 대변하듯 비참하고 슬프게 파헤쳐지면서 물먹은 스폰지처럼 금세 젖어버린 감이 없지 않다. 절대 다수가 모르기 때문에 소수의 잘못을 은폐하자는 것은 아니다.
종교계나 교육계는 적어도 신성시되어야 하는 당위를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과 언론이 이번 사건을 내사하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 정도의 숙고를 하지 않았을 리 없지만 참으로 듣거나 알고 싶지 않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진정 이번 사건이 오 신부 개인 비리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 최고의 사회 복지 시설인 '꽃동네' 전체가 욕을 보는 것은 불행이다. 꽃동네 안에서 성자의 길을 걷고 있을 수많은 목자들과 얻어 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이 보호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는 세상에 여전히 아름다운 목자는 존재하리란 믿음으로. 역시 '돈'이라고 하는 요물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한 사람들을 걸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서 순기능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프랑스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지위나 신분이 높아갈수록 도덕성을 요구한다고 했다. 우리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전반에 걸친 돈줄기 커넥션을 절단하지 않는다면 정의나 진실은 더러운 현실 앞에서 언제나 뒷전일 것이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좋은 여건과 환경 속에서 사회 복지의 혜택을 누린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비리가 포착되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니 속 시원한 결과를 기다리면서 꽃동네만 믿고 사는 수천 명의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위해 변함없는 국민적 성원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박병춘 기자 (hayam76@hanmail.net)
p.s: 제가 군에 있을때...
도와주러 갔었는데... 헐... 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