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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미-일동맹 강화

 


최근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이즈미 정부 출범이후 역사 교과서 왜곡 등 과거 침략사 미화,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등 우경화 조짐을 보였던 일본은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평화헌법 개정 기정사실화, H-2A 정찰위성 발사, 미사일방어체제(MD) 조기 구축, 유사 3법 제정 등 군사대국화를 향한 수순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에 나라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 사이에 북한위협론을 전면화시키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 또 다른 불안정성을 잉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군사대국화 조짐은 단순히 '일본경계론' 차원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게 '군사적으로도' 일본 정부가 코드를 맞춰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즉, 한반도 유사시 단순히 미군의 후방 지원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및 자위대의 개입 여지까지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에게 군사적으로 큰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핵 틈타, 강화되는 미·일동맹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5월 하순에 열린 미일정상회담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함께 미일동맹을 미·영동맹 수준으로 강화시키기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라는 목표를 가지고 동북아 전략을 구상해온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틈타 군사패권주의를 동북아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동맹의 축'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꿈꾸는 동북아 군사동맹구조는 미국을 정점으로 일본-한국을 잇는 '사실상의 삼각동맹(virtual alliance)'이다. 즉 형식적으로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맺기 힘들더라도 내용상으로는 미·일동맹을 축으로 하되 한국을 하위 파트너로 삼는 새로운 동맹관계 창출을 목표로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상은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신동맹전략은 클린턴 행정부 때와는 달리, 북한을 포용의 대상이 아닌 '악의 축'으로,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가 아닌 '경쟁자'로 보면서 이들 국가를 제압하는데 필요한 군사적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이렇듯 북한위협론을 호기로 삼아 미국 매파들의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만들겠다'는 야망과 일본의 극우·보수세력들의 '보통국가론'이 맞물리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빠른 속도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위협론을 틈타 미·일동맹의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역시 MD이다. 1998년 말부터 미국의 MD계획에 참여해온 일본은, 당초 2004년까지 기술연구를 하고, 개발배치 여부는 기술연구의 타당성을 검토해 2005년 이후에 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의 노골적인 압력을 받아온 일본은 PAC-3을 미국으로부터 직접 구매해 2004년까지 배치할 계획으로 MD 정책을 급선회하고 있다. 또한 2007년 이후에나 추진하려고 했던 이지스함에 미국제 미사일요격체제를 장착하는 것도 가급적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미·일 양국의 군사소식통을 인용해,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의 방일 기간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5월 30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 통신은 PAC-3와 이지스함을 이용한 미사일요격체제 구축비용으로 42억 3천만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행정부는 MD전략의 최대 변수였던 일본의 확고한 참여를 북한 핵문제를 기회로 보장받고 있는 동시에 MD 무기체계의 수출을 통해 자신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은 군산복합체의 잇속도 챙겨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군사대국으로 가는 일본


잘 알려져 있듯이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비지출 국가이다. 일본은 지난 10년여년간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5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군사비로 사용하고 있고, 이 액수는 남한의 3.6배, 북한의 20배에 해당한다. 이러한 과도한 군비지출과 함께 일본의 경제력과 기술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군사대국이 될 수 있다'는 잠재력으로 뒷받침된다.


이미 F-15 등 최신예 전투기와 이지스함 등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일본 자위대의 해공군력은 중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는 2척의 이지스함을 추가 도입을 비롯해 F-15 전투기의 작전 범위를 5300km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공중급유기와 서태평양까지 초계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최신형 대잠 초계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조기경보통제기(AWACS)과 이지스함에 더해, 지난 3월말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H-2A 정찰위성은 일본이 정보전에서도 무시 못할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또한 2기의 정찰위성을 9월경에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일본 독자적으로도 한반도의 군사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이렇듯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는 군사력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의 한 축을 이룬다면, 다른 두 축은 각각 과거 식민지배의 정당화 및 군사적 역할 확대와 사실상의 교전권을 인정하는 법적·제도적 정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중의원 9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지난 5월 15일 통과된 전시대비법, 즉 유사 3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사 3법은 타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에 대처하는 방안을 담은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안', 유사시 자위대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자위대법 개정안', 유사시 정부기능을 강화하는 '안전보장회의설치법'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법은 6월로 예정된 참의원 표결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유사'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모호성에 있다. 오로지 일본 방위에만 전념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으로는 적국의 선제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일본의 보수파들은 북한의 확실한 미사일 공격 조짐이 보이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또한 평화헌법 개정이 앞서 사실상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려고 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적으로 적의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이나 주변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교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교전 및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본 보수파들은 90년대 말부터 평화헌법 개정이전에라도 해석을 달리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시 행정부가 일본에게 집단적 자위권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평양행 비행기에서 부시의 트럭으로 갈아탄 고이즈미


과거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UN 중심의 외교'를 펼쳤다. 자위대의 해외 파병에 대한 논란도 유엔 평화유지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무마시키고자 했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유엔을 버리고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자 일본 역시 미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일본 내에서 유엔안보리의 결의 없는 이라크 침공을 지원하는 것은 국제법은 물론이고 일본 평화헌법에도 위배된다며 반발이 있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초기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지원했고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고이즈미 정부의 이라크전을 비롯한 '테러와의 전쟁' 지원 명분의 교묘하지만 중대한 변화에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작년 말과 올 초까지는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이라크전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었다.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 강행 논리와 마찬가지 맥락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3월 들면서 이라크전 지원 명분에 중대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서 "유사시 미국으로부터의 확고한 안전보장"을 받기 위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미일동맹이 군사력과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면서 북한이 핵위기를 고조시킬 경우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미일 정상이 합의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미일동맹 강화 논리의 근본적인 변화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대단히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일본의 접근법이 '평화적 해결'에서 '유사시 대비'로 변화하고 있고, 올 초까지 모색해왔던 북미간의 협상 중재 의지를 사실상 버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에게 사전에 통보하지도 않고 평양행을 결심할 정도로 새로운 외교를 모색했던 고이즈미 정부는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한 핵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미국의 그늘로 복귀하고 만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에 편승하면 일본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작년 9월 평양행 비행기를 탔던 고이즈미는, 지속적인 인기 하락과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 직면하면서 부시가 운전대를 잡은 트럭을 타고 크래포드 목장을 내달리는 것이 그래도 '안전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아시아의 영국이 되어주겠다"며 부시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기실 김대중과 고이즈미 합작으로 작년 9월에 성사된 북일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부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과도 마찬가지였다. 북일정상회담 직후인 10월 초 제임스 켈리가 '핵카드'을 들고 평양을 방문한 이후, 남북, 북일관계를 다시 통제 가능한 범위로 잡아두는데 성공했지만, 이후에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일 사이의 긴장관계는 계속되었다. 특히 한국의 대선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계승·발전과 대등한 한미관계를 들고 나온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러한 긴장관계는 계속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제2의 김대중'이 될 것으로 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의구심을 씻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듯, 방미 기간에 친미·반북 발언과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한 공동성명에 합의해주고 말았다. 이러한 노 대통령의 변심(變心)은 김대중과 부시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고이즈미로 하여금 부시에게 코드를 맞추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6월 6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한미공동성명과 비슷한 한일공동성명을 채택하면, 미국 주도의 대북한 압박 전략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 것이다. 한미공동성명과 180도 다른 한일성명을 채택할 수는 없겠지만, 노 대통령이 또 다시 우를 범하지 않게 위해서는 "추가적 조치"니 "더 강경한 조치"니 하는 표현 대신에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진정한 평화적 해결안이 담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욱식 기자 (civil@peace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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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정욱식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통일-평화문제 담당기자이며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written by (guy2002)
2003-06-04 13:37:06
521 번 읽음
  총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아카드짱 '03.6.4 5:21 PM 신고
    :-(*점점 주변 상황이 암울해지는듯.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언제나 정신을 차리려나. ↓댓글에댓글
  2. 2. 우헤헤 '03.6.5 12:09 AM 신고
    :-D*우리나라 정치가들 정신차리길 기다리는거 보단 일본이 지진으로 가라앉길 기다리는게 더 빠르겠죠^^ ↓댓글에댓글
  3. 3. jadakiss '03.6.5 11:00 AM 신고
    :-D*그럴수박에업져..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나니까여.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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