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녀에 1회용 행사 파트너 소개, 신랑-신부 친구 대역은 번 창
이혼남인 ㅎ엔터테인먼트 김철호 사장(38)은 최근 이상한 우편물을 한 통 받았다. '각종 행사나 파티 등에 동반할 파트너(1회용 아내 또 는 남편)를 소개해준다'는 안내장이었다. 이혼한 덕분(?)에 지난 연 말 부부동반 각종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던 김 사장으로서는 솔 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예비군훈련을 대신해서 가는 용역 사 업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가 됐다. 바야흐로 남편과 아내까지 빌려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결혼식 하객 도우미 지원자 줄 이어
물론 김 사장이 받은 제안은 보편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식 에 하객을 빌려주는 일 등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결혼식 에 친구 등을 대신해 참석하는 하객 역할은 물론 신랑-신부의 부모 역할을 대신 해줄 도우미를 일정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역할대행 업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민 정서상 공개적으로 할 수 없었던 역할대행업이 이제는 하나의 유망 업종으 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대부분 역할대행이 결혼식 주례와 하객, 친인척 등에 국 한되어 있지만 가끔 혼주대행을 의뢰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ㄱ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 아 대부분 의뢰 역할이 신랑-신부 친구와 하객 등 단순 역할이 주류 를 이루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요구하는 역할도 다양 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최근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는 결혼 식 하객 역할이 '짭짤한' 아르바이트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1~2시간 투자해서 평균 2만~4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데다 노력에 따라 하루에 2~3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예 비 신랑-신부의 '친구 대역'을 맡아 빈 자리를 채워주거나 사진 촬 영과 피로연 등에 참석해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을 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ㅈ웨딩업체는 "남성보다 여성이 재미삼아 아르바 이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금은 단순한 하객대행을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행업체는 사전에 의뢰인에게 아르바이트생의 사진을 보내 아는 사 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등 철저한 '비밀 보장' 절차를 거친다. 이 과 정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신랑-신부의 이름-나이는 물론, 초등학교 친구인지, 대학교 친구인지 등을 미리 교육시키는 일도 빼놓지 않는 다.
지난 3월부터 친구들과 함께 하객 도우미로 참석하고 있다는 여대생 이미아씨(22)는 "적은 시간을 투자해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는 데 다 큰 부담이 없어 대학생 사이에서는 하객 도우미가 가장 인기 있 는 아르바이트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결혼 하객 도우미로 참여하게 위해 그룹을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에 웬만한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취업 못 지않게 결혼 하객 도우미를 지원하는 문의 글과 모집업체의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 예식장 사이트에는 결혼 하객 도 우미를 지원하는 문의가 게시판에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올 정도 다. 또 다음카페 등에도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을 희망하는 그룹모임 소식이 줄을 잇는다.
2~3년 전 처음 도입된 하객 도우미 사업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1~2명 이 운영하는 영세업체다. 현재 비교적 규모를 갖추고 있는 업체는 10개 내외다. 대표적인 업체가 웨딩상담-하객닷컴-공갈친구-하객도 우미 등이다.
결혼 하객 공급 사업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웨딩상담 (대표 최남옥, www.weddingsangdam.com) 오관석 실장은 "3년 전 도입 당시만 해도 인식 부족으로 보편화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축적 한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 여기에다 입소문이 퍼져 최근에는 의뢰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최근 들어 결혼 하객 대행업이 인기를 끌자 영세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적잖은 부작용 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하객을 공급하는 차원이 아닌 실제 가족 또는 친지 못지않은 역할을 해주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주 대신 곡하는 역할도 있어
역할대행업은 결혼 하객에 그치지 않고 점차 범위와 역할이 확대되 고 있다. 하객을 맞는 혼주 역할이 한 예이다. 혼주가 교통사고 등을 당해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국 등지에 장기체류하고 있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그 역할을 대신해주는 경우를 말한다. 한 대행업 체 관계자는 "얼마 전 결혼식을 앞두고 신랑측의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대신 부모 역할을 해줄 사람을 의뢰해온 경우가 있었다"면서 " 이런 경우는 의뢰인측의 철저한 심사 등이 필요해 인건비가 많이 책 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은밀하게 의뢰를 해와 고객 에 대한 정보는 밝히지 않는 게 이 업종의 불문율"이라면서 "생각보 다 의뢰 고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비용은 단순한 하객 역할은 4만~7 만원 내외며, 비중이 있는 역할은 많게는 30만원대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비용은 대행업체와 아르 바이트생이 절반씩 나눠 갖는 게 일반적이다.
결혼 주례대행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아이템으로 분류되고 있다. 결혼 주례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한국주례인협회(회장 홍진구 -www.kwoa.or.kr)가 결성되어 있을 정도다. 한국주례인협회에는 100여 명의 주례가 소속되어 있다. 비용은 12만원 내외로 책정되어 있으며 외국인을 위해 영어 주례도 준비되어 있다.
역할대행업은 결혼식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례식장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문상을대행하거나 상주 대신 곡(哭)을 해주는 역할도 생겨났다. 이같은대행업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대행업체에 '아빠'역 할을 대신해줄 사람을 찾는 문의전화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 의 설명이다. 사별하거나 이혼 등으로 혼자 살면서 자녀를 키우는 여성이 주고객이다.대행업체에는 의뢰인 자녀의 유치원 행사 등에 참석할 '대리 아빠'를 보내준다.
웨딩매니저인 안미옥 Ok-Wedding (www.ok-wedding.com) 실장은 "결혼은 인륜지대사인 만큼 선택과 결정을 신중히 해야 한다"면서 " 역할대행업이 발전하면 그만큼 가정과 사회에 금이 가는 결과를 초 래한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 의뢰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역할을 대신해주는 역할대행산업이 하나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