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요금을 현행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종량제를 둘러싸고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이용자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종량제 도입론의 요지는 두루넷과 온세통신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등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요금체계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또 현행 정액제 요금은 소량 사용자가 다량 사용자의 요금을 보전해 주는 결과를 낳아 수익자 비용부담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도 종량제 도입이 필요한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가입자를 확보하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정액제 요금을 종량제로 바꿀 경우 관련 산업의 위축이 우려되고, 인터넷 사용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은 종량제 요금제 논의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그 누구도 개편 논의를 선뜻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 종량제 요금이 '뜨거운 감자'가 돼가고 있는 것.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천100만이 넘어 거의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가입자들의 인터넷 사용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이 서비스 품질 보장을 위해 추가 투자해야 할 비용이 연간 수백억~1천억원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KT의 경우 올해 백본 투자에만 약 400여억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하나로통신도 백본과 가입자망 전체에 총 1천4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월 평균 3만원 선의 정액형 요금제로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어 추가 투자가 어렵다고 사업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김범준 연구원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한 수익창출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선통신 부문의 성장을 위해서는 소량 사용자에게는 저렴한 요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량 사용자에게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현행 정액제 요금구조로는 사업자들의 수익 창출이 어렵다"며 "투자 대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액제와 함께 종량제의 개념을 도입한 다양한 요금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월 평균 3시간 미만의 소량 인터넷 사용자와 100시간 이상의 다량사용자가 동일한 요금을 내도록 하는 정액제는 소량 사용자들이 다량 사용자의 요금을 보전하는 구조로 돼 있어 요금체계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KT·하나로통신 등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은 이미 1~2년 전부터 종량제 요금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오고 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가입자가 포화에 달한 시장에서 기존 가입자들의 인터넷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추가 투자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가입자들의 요금은 월정액으로 고정돼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현행 정액형 요금제로는 궁극적으로 가입자들이 요구하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품질을 만족할 만큼 투자를 집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동영상 콘텐츠 증가로 인한 트래픽 증가는 매년 1천억원 수준의 추가 네트워크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량제 요금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액형 초고속인터넷 요금제는 대부분의 인터넷 가입자들이 상시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 콘텐츠산업 등 연관산업 발전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상시 인터넷 접속환경은 전자정부 등 국가 정보화사업에도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이 종량제 요금으로 전환될 경우 인터넷 산업과 국가정보화를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사용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종량제를 도입할 경우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다량 이용자들의 경우 요금을 더 부담하게 된다. 이들이 반대의견을 여론화할 경우 사실상 종량제 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KT와 하나로통신은 "종량제 도입에 대한 검토와 시스템 정비 등 기술적, 사회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나 정부와 가입자들의 반발 등을 고려,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초고속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초고속인터넷 종량제 요금 도입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요금체계 개선의 필요성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