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투] 담배값 인상에 즈음하여
2003.6.2.월요일
딴지 독투
담배값 인상에 즈음하여 독투에 한 독투인의 눈물겨운 울분이 있어 여기 퍼온다. 그 맘 졸라 잘 이해한다. 울지 마시라...
그렇다. 이 글을 쓴 본좌는 흡연가이다. 사람이란 것이 무릇 그다지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 하는 동물이고, 나 또한 인간이기에 주관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글은 흡연자의 입장을 분명히 반영했음을 밝힌다. 이것은 혹 이 글에 반론을 제기하는 비흡연자의 입장도 충분히 수긍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담배 냄새 졸라 짱나여! 담뱃값 100만원으로 올려서 피는 새끼들 다 못 피게 해야 돼여!"라는 식의 얼토당토 않은 반론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이렇게 미리 답변을 대신하는 바이다!
" 조까!"
좋다. 물가란 것은 오르기 마련이고, 담배도 엄연한 공산품이고, 거대한 경제의물결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자연스레 형성되는 물가가 아닌, 정부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물론 다른 경제활동도 인위적이긴 하다만- 가격을 책정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이유라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작년 2월 경에 담뱃값이 갑자기 200원에서 300원씩 인상된 적이 있었다. 명확한 이유는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이었다. 그러나, 그때 정부가 드리댄 이유는 '건강증진 부담금을 포함시킨다'였다. 매번 이런 식인 거다. 이번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담배를 끊게 하기 위해서란다. 이 시점에서 한번 말해주자.
" 조까!"
정말 행복하다. 나의 건강을 이토록 걱정해주는 고마운 나라에서 살고 있다니, 똥꼬털이 아려온다..
기왕 걱정해주는 김에 사재 좀만 털어서 보험비라도 좀 내주면 좋겠다만. 내가 신용카드를 좀 많이 긁어서 빚을 졸라게 많이 졌다. 돈이 없으니 어쩌겠냐. 강도질이라도 해야지. 좀 힘 없는 놈 돈을 뺐으면서 이렇게 말 해준다.
"야, 내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게 아냐. 다 너의 근검절약 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라구. 알았냐?"
돈 뺏긴 놈은 이 말을 듣고 감동한다.
"정말 고마워, 나를 이렇게 신경 써 주다니, 이제부터 좀 더 아껴서 돈 많이 벌어야겠다. 흑흑흑."
이거 말이 되냐? 안 되지? 담뱃값 올리면서 정부가 한짓이 이렇다니까.
사시미만 안 들었지.. 강도다
담배는 백해무익한 독극물이며, 중독자를 양산하는 마약이다. 근데, 그토록 나를 걱정해주는 정부에서 그 독극물을 판다? 담배인삼 '공사'다.
공사가 공사판의 공사가 아니라면, 이거 정부기관 맞지? 그럼 간단하다. 국민의건강을 위해서 정부는 그냥 안 팔면 되는거다. 졸라 쉽자나. 문방구 앞 불량식품 가게 아자씨가 불량식품 팔면서 그걸 먹는 애들이 배탈 날까봐 불량식품 값을 애들이 못 사먹을 정도로 만 원씩 올린다고 하면 그 불량식품 파는 아자씨는 훌륭한 사람일까 아닐까? 좀 어렵나?
여기서 불량식품을 담배로, 가게 아자씨를 정부로, 사먹는 애들을 나같은 흡연가로 치환하면 현재 상황이 된다. 어때? 간단하지?
나쁜 놈이 담배인삼공사만이라고 하면 담배인삼공사 직원들이 항의할지도 모른다. 소매상을 포함한 담배잎 재배 등 담배관련 종사자 20만은 바로 이 마약을 제조, 유통하는 국내 최대, 아니 세계 최대의 마약 커넥션이다. 콜롬비아, 좀만 기다려라. 진정한 마약커넥션이 뭔지 보여주마!!
그것뿐이 아니지. 담배 마는 종이 만드는 사람, 재떨이 만들어 파는 사람도 포함시켜야 한다. 게다가, 이 마약판매로 인한 수익을 챙기는 검은 돈의 흐름도 좇아보자. 일단,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마약판매 수익으로 운영하는 범죄단체이며, 교육세를 받아서 운영하는 전국 공립학교는 물론, 거기서 배우고 나간 사람들도 모두 범죄자다.
이제 마약커넥션은 최소 2~3천만을 넘어서는 세계 굴지(?)의 조직으로 성장해 버렸다. 이러한 억지논리의 전제는 하나다.
'담배는 마약이다.'
엄한 나같은 놈을 마약중독자로 만들기 전에 그 마약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당신의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이전에도 담뱃값 인상의 이유는 다양했다. 93년 폐기물 관리기금과 암 퇴치 사업 기금, 94년 공익사업 부담금, 96년 교육세, 98년 금융산업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99년 담배인삼공사 수익성 향상을 위해(차라리 이게 가장 솔직하다. 차라리 이러면 화도 안난다!!), 2000년 담배소비세와 교육세의 상승으로 인한 명목으로 담뱃값이 인상되었고 급기야 2002년에는 건강증진기금 인상이라는 명목으로, 이번엔 국민의 건강증진과 청소년의 흡연 방지를 위한다는 높으신 뜻(?)으로 또 인상한 것이다.
홍어 머시기?
이거야말로 만만한 게 홍어 뭐시기라더니, 담배 피는 놈이 제일 만만하다. 그래, 폐기물 생긴 거, 암 생긴 거, 건강증진에 해 끼친 거 인정한다. 공익사업하는 데 담배 피는 사람이 뭐 잘못한 건데? 구조조정하고 실업자 생긴 게 담배핀 넘들 때문이냐? 도대체 교육하고는뭔 상관인데?
담뱃 값이 싸서 담배 피우는 놈이 많다?
지금 쌀값이 너무 싸서 사람들이 밥을 많이 먹냐? 쌀을 비유로 들면 또 이런 시비를 걸 것이다. 쌀은 생필품이고 담배는 안 피워도 죽지 않는 거다!!
좋다. 그럼 없어서 죽는 거 빼고 다 해볼까? 옷 값이 두 배로 올라가면 언니들은 몽땅 미니 스커트 입을꺼냐? 옷 안 입어도 죽진 않잖아!! 화장품 값 올라가면 얼굴 반 쪽만 칠할 꺼냐? 아수라 백작같이? 신발 값 올라가면 한 쪽만 신고 다닐 꺼냐? 짚신 신고 다닐 꺼냐?
상식! 상식을 이야기 해 보자 이거다.
상식은 이렇다. 옷 값이 올라가도 옷은 입는다. 싼 옷을 살지 몰라도 입긴 입어야 하고 무지 짜증날 꺼다. 더군다나 옷 값이 오른 이유가 다 너의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야! 라고 한다면 짜증 왕곱배기일 거다. 이게 상식이다. 자기 마누라하고 한번 섹스를 하는데 세금을 10만원씩 붙여도 하긴 해야 할 거 아니냐.
물론 이건, 순전히 내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니 하는 얘기일 터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자기 주머니의 돈을 꺼내서 사서 피우면서도 주위에서 온갖 죄인취급을 당하며 산다. 옆집 아줌마가 자기 돈 내고 오징어 한마리 사서 찌개 끓여먹는다고 뭐라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예전 같지 않아서 이제는 아무도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다. 요즘은 사무실에서도 안 피우는 곳이 더 많고, 구석진 계단에 앉아서 초라하게 죄인처럼 쪼그리고 피우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순응한다. 그래, 이게 다 국민건강에해를 끼치는 죄인들이기 때문에 감수하는 것이다.
비흡연자는 뭐라 말 할지 모르나, 흡연자는 이렇게 느끼며 산다. "그렇게 치사하면 안 피우면 되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사람이다. 여자가 남자한테 생리통에 대해서 백날 설명해봤자, 남자는 어렴풋이 감을 잡을지는 몰라도 그 고통의 본질은 절대 모른다. 화장품 값이 비싸다고 투덜대는 여자한테 그럼 안 하면 되지...라고 말 하는 남자들은 앞으로 연애할 생각 말고 집에서 고추 부여잡고 목 놓아 울어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기호품이라는 차원에서 벗어나서, 담배는 그 자체가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다. 국가가 모든 담배를 전매하여 매우 중요한 세원으로 쓰는 것도 담배 만들어 팔아먹는 게 엄청 돈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슈퍼마다 붙어있는 "담배는 내 고장 담배가 짱이야~!"라는 문구도 담배 한갑에 자그마치 510원이라는 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 담배 한 갑만 팔면 510원이 그냥 떨어진다!!! 너 같으면 기를 쓰고 홍보 하지 않겠냐? 또한, 교육세도 50원씩~!!
농담 삼아 애연가들은 "내가 니들 공부시켰어"라고들 하지만, 듣고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선진국 이야기는 하지말자. 그 쉑뀌들은 지네들은 마약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우리나라에 담배 못 팔아 먹어서 안달 난 넘들이다.
여하간, 요지는 이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막대한 돈은 담배인삼공사(정부)가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지만, 정말 웃기는 일이 많다. 가끔 뉴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병 걸릴 확률이 몇 프로가 높고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몇 프로 높다는 아무개 띠버럴 넘의 박사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누가 담배피우는 게 몸에 좋다는 넘있냐? 담배 피우는 넘덜도 다 안다. 담배가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방귀 뀌는 넘들도 다 사형시켜버려야 한다. 트림하는 넘덜, 오바이트 하는 넘덜도 같이. 차 몰고다니는 놈들도 사형, 공장 돌리는 놈들도 아니, 숨쉬는 놈들 모두 해로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니까 모두 사형! 똥누는 넘들도 마찬가지다. 맞다.
물론 이게 엄청난 오바라는 점은 인정한다. 일부러 오바했으니깐. 내가 주창하는 바는 이런 말장난이 아니다.
어차피 합법적인 공산품이고, 국가에서 조차 거대한 사업으로 판매하는 물건 아닌가. 그런데도 왜 그 합법적인 공산품을 사서 피는 사람들의 권리는 조또 자꾸 없앨려고만 하는가. 쌀을 팔면서 똥 싸면 냄새날 테니 밥 먹을 그릇을 아예 안 주면 어쩌라구?
얼마전 TV에서 육식은 만병의 근원이며, 채식이 짱이다...라는 내용의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정말 극단 논리의 전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것이 어떻게 방송이라는 공공매체로 씨부려지는지 모르겠다.
반론? 간단하다. 그럼 "사자 호랑이 하이에나는 몽땅 고혈압으로 뒈질 것이고, 소,말, 양, 토끼는 백년 이백년씩 살겠네?" 이 내용으로 mbc에서 100분 토론씩이나 하고 난리였는데, 뭐 100분씩이나 하고 그러는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극단논리의 위험함이다. 모든 인스턴트 식품, 담배,술, 기타 건강론자들이 주창하는 해로운 것들을 100% 제거하면 정말 오래살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옛날 그런 거 하나도 없던 원시인들은 끽해야 30년도 못 살았다. 생식하는 사람들이 몇백 년씩 살았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고. 자동차 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죽으니 자동차를 없애자는 말과도 같다. 자동차에 치여 죽은 사람보다는 구급차에 실려서 살아난 사람이 더 많다. 자동차로 실어나른 쌀 먹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단 말이다.
물론 담배가 건강에 이롭다는 말을 주장하고자 함은 아니다. 또한,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 왜 안피우냐고 강요할 생각도 없다. 각자의 기호에 따른 선택일 뿐이다. 내가 멸치를 안 먹지만, 멸치를 먹는 사람을 야만인이라고 폄하하지 않는다. 개고기를 먹는다고 야만인이라고 주장하는 프랑스의 미친뇬이 뭐라고 짖어대던간에 신경쓸 바 아니다. 우리가 지네들 거위 간경화 만들어서 간 빼먹는다고 구더기 볶아먹는다고 뭐라 한 적 있나?
나는 나 자신의 기호에 따라 담배를 피우고, 가급적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범위 내에서 나의 기호품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워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을 나는 혐오한다. 담배를 피우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다. 자가의 기호품을 즐기면서 미안해 한다. 낚시하러 다니는 사람이 불쌍한 물고기를 잡는다고 미안해 하면서 다니진 않잖은가.
담뱃값을 인상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하간 주된 요인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를 증가시켜 여러가지 국책사업의 세원으로 쓰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정당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런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쌍스런 짓거리가 너무 역겹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엉뚱한 사람에게 전가시키지는 말라는 것이다. 정부, 당신네들이 언제부터 우리 건강 걱정해서 노심초사 했냐구!!!
그리고, 어떤 혐연자가 이런말을 했더라.
"간접흡연피해가 심각합니다. 담배값 1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건의합시다."
나도 몇마디 해보자.
"시각공해가 심각합니다. 못생긴 사람들을 집에 감금시킬 것을 건의합니다."
"나보다 잘 생긴 넘덜때매 정신적 피해가 심각합니다. 잘 생긴 놈들에게 꽃미남세 100만원씩 부과하는 것을 건의 합니다."
"화장빨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화장품 값을 1,000만원으로 인상시켜 화장빨을 퇴치합시다."
"난 멸치가 싫어요. 멸치값을 1억원으로 인상시켜 멸치를 못 먹게 합시다."
"각종 육식에 의한 성인병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고기값을 두 배로 올려주실 것을 건의합니다."
내 말이 웃기는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나? 농담 같지? 난 당신 말이 그렇다.
서두에 사람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동물이라고 했다.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다 자기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다. 마치 제 머리만 풀 숲에 넣으면 숨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타조처럼. 그러나, 동물과 사람이 다른 점은 비록 그러할 지라도 조금은 다른 입장도 고려할 수 있는 지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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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쓰느라 담배 6가치를 태웠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누구나 금연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고, 나도 그렇다. 언젠가 건강이 너무도 염려되어, 그 염려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능가하게 되면 끊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의지이고, 나의 필요에 의해서인 것이다.
가끔 나를 걱정해서 담배를 줄이라고 잔소리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미안함을느끼기도 하고, 좀 줄여야 할까보다 하고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필요도 없고, 또 진실하지도 않으며, 그럴 것 같지도 않은 역겨운 자들이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척, 나를 위하는 척하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도 역겹고 또 노엽단 말이다. 씨바!
덧붙여
본 글의 필자 까마귀님은 멜이라도 한통 주시라. 팔베게라도 붙여주꼬마. 그리고 다른 독자들의 반론 및 투고질도 열라 환영한다. 지둘리고 있게따. 졸라~
딴지 톡투
까마귀 (kkamagi@dreamw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