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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 선남선녀깽판물

 




첫번째 이미지는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기함인 브륜힐트.
두번째 이미지는 바르바로사. 누구의 기함인지는 잘...

만화라곤 하지만, 소설 내용을 풀어보죠.
일단 제가 만화책을 거의 안 보았고, 110편으로 나온 애니는 전혀 못 보았고, 게임도 그다지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은하영웅전설의 콘텐츠를 접한 것은 14권 전부를 읽은 소설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만화나 소설이나 내용이 그게 그거라는 가정 하에 써보겠습니다. 아닌가요??-_-
은하영웅전설은 내용 전개로 보아 SF라기 보다는 사무라이 소설로 볼 수 있습니다. 배경을 은하계에서 중세 일본으로 옮겨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죠. 무엇 보다도 소설 기저에 흐르는 군국주의적인 사고가 이렇게 보도록 만듭니다.
SF로서 은하영웅전설은 함량 미달입니다. SF계에서는 은하영웅전설을 SF로 볼 수 없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죠. 그렇지만 가장 현실적인 SF 분류법인, 'SF라고 작가가 시장에 내놓은 건 SF다'라는 것에 따르면 SF가 명백합니다.
은하영웅전설에서처럼 레이더 교란 기술의 발달로 레이더가 무의미해진 우주 시대라면 장군들의 개인적인 실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지는 않겠죠. 그런 상황이라면 모든 건 물량으로 결정날 겁니다. 은하영웅전설에선 초광속 이동이 밥 먹듯 이루어 지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전혀 없죠. 무엇 보다도 은하영웅전설에서의 과학적 설명 중 가장 말도 안 되는 건 은하제국과 자유 행성 동맹 사이에 두꺼운 항성들이 있고 이것 때문에 항행이 불가능하여 이젤론 회랑과 페잔 회랑이라는 두 가느다란 통로로만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입니다. 은하계 공간은 대부분이 진공이라 물질이 많아서 항행에 방해되는 영역이라고는 은하계 중심의 극히 협소한 영역 뿐입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항성 까지의 거리가 4.3광년(43조km)이나 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은하영웅전설의 이 설정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소리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컴퓨터나 생명공학의 발전이 형편없는 점도 기묘합니다. 이 같은 초미래엔 매트릭스에서 많이 언급되는 사이버네틱스 기술과 스타워즈에서 많이 언급되는 우주 공학은 통합되어 있어야 마땅하며 이는 브루스 스털링의 SF소설 '스퀴즈 매트릭스'시리즈에서와 비슷한 양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은하영웅전설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 하고 있으며 이는 블리자드 엔터테이먼트의 스타크레프트 보다도 뒤떨어지는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죠. 혹자는 은하제국 초대 황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 행한 인류 정화 정책이 바로 이 같은 사이보그, 유전자 조작 인간을 청소한 것이라 하여 은하영웅전설의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설정을 옹호하지만 이 또한 말이 안 됩니다. 초대 황제의 정책이 일관되게, 그것도 이 같은 대규모 억제 정책이 계속 한 왕조에 시행된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설령 은하제국에서 이를 일관되게 유지해나갔다 한들(은하제국 원수인 오벨슈타인이 의안을 끼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인류 정화 정책은 은하제국에서조차 일관되게 추진되었다고 보기 어려워요). 자유 행성 동맹이 이를 시행했을 리가 없으니 은하영웅전설의 양상도 스퀴즈 매트릭스처럼 되었어야 합니다. 게다가 스퀴즈 매트릭스가 은하영웅전설 보다 일찍 나왔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더 그렇죠.
SF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건 설명했고 그렇담 사회소설로서의 상황을 볼까요.
민주주의 사회가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전제주의 사회 보다 더 우수하다는 건 역사에서 입증된 바입니다. 한줌 밖에 안 되는 베네치아 공화국이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중동의 패자 오스만 투르크 제국과 겨룰 수 있었던 것은 좀 더 민주적인 사회가 보다 우수하다는 증거죠. 아테네는 스파르타에게 패배하지만, 스파르타도 왕은 있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주주의 사회였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전제주의 사회 보다 정치 체제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시행착오시 흔들림이 적고 구성원들이 지닌 체제에 대한 애착도 크며(레지스탕스는 이전 사회가 민주적일수록 활발하고 점령 후 사회가 민주적일수록 줄어듭니다) 경쟁이 심하며 정보가 좀 더 공유되기 때문에 의견 수렴도 활발합니다. 워낙 많은 의견이 있어 효율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전제주의 사회를 엄청난 천재 집단이 지배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 사회가 유리하죠. 물론 라인하르트 체제의 은하제국은 천재 집단이 지배하고 있었죠.
그렇지만 그 이전 수백년 동안 은하제국의 위정자들은 한심했는데, 과연 자유 행성 동맹의 빠른 국력 발전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소설엔 안 나오지만, 만화엔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엔 이런 게 있습니다. 은하제국에선 수도 오딘에서조차 사람들이 걸어 다니지만, 자유행성동맹에선 거의 모든 행성에 이동 보도가 깔려 있어서 사람들은 걸을 필요조차 없죠. 이것은 엄청난 경제 문화적 갭을 의미하는데, 소설에선 안 나오지만 민주사회의 빠른 발전 속도상 이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럼 군사력만 키우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하다가 소련이 작살났죠.
자유 행성 동맹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된 것이 아니죠. 일본 현재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유 행성 동맹을 구성했기 때문에, 자유 행성 동맹의 민주주의는 함량 미달이 되어버렸습니다. 민주주의임에도 몇 명의 정치가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그 결정에 따라 3000만 대군을 은하제국으로 보내버리는 사회... 도대체 수백억에 육박하는 인구가 몇 명의 정치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죠. 어째서 은하영웅전설에 나오는 병사들이나 백성들은 왜 이리도 위정자들의 말을 잘 듣는 걸까요. 일본인의 심성이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한 당시엔 정보 통신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되어 있을텐데 그런 상황에서 열등한 전제주의나 간접 민주주의를 어째서 감내하는 것일까요. 초광속 통신마저도 가능한 듯하니 직접 민주주의를 전면 실시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보이는데도요. 은하연합 때에 비해 기술이나 경제가 쇠퇴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자유행성동맹은 3000만 대군을 전함에 태워 이젤론 회랑으로 보낼 수 있는 권력을, 라인하르트의 은하제국은 1억 대군을 전함에 태워 수천 광년 떨어진 곳으로 보낼 수 있는 권력을 지녔습니다. 그런 함량 미달의 민주주의를 내세운 주제에 민주주의와 전제주의의 대립을 주제로 삼았다는 것 부터가 이상한 거죠.
그럼 전쟁소설로서는?
이것 역시 의문이 큽니다. 라인하르트만이 페잔을 장악하여 자유행성동맹으로 가는 길을 뚫는 방식을 고안해냈다고 하는데 그런 쉬운 작전을 어째서 라인하르트만이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요. 이전엔 페잔의 농간으로 실행할 수단이 없었다고 하면 모를까... 이젤론 요새를 점령할 때 어째서 은하제국은 처음부터 딴 요새를 때려박는 방식을 쓰지 않았을까. 어차피 은하제국엔 이젤론 요새 규모만한 요새가 이젤론 말고도 2개나 더 있었으니까 처음부터 그렇게 해도 되었을터인데.
또한 족벌로 장군이 되는 은하제국 보다 말단에서부터 수많은 경쟁을 통해 장군이 되는 자유행성동맹 쪽이 훨씬 우수해야 정상인데 왜 그 반대인 것일까... 아무리 족벌로 장군이 된다고 해도 옛 은하제국 장성들은 왜 이리 한결같이 무능한 것일까... 족벌 체제라도 이런 엄청난 인구 숫자에서는 자유행성동맹 보다야 덜 하겠지만 격렬한 경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임에도...
은하영웅전설에 나오는 전략 전술 들은 사관학교 출신 팬의 의견에 따르면 대부분 효용성이 없다고 합니다.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SF팬들은 은하영웅전설을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로 보지 않고 '선남선녀 깽판물'로 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처음 쓰일 때엔 비하하는 표현이었으나 스페이스 오페라계에 걸작들이 나옴에 따라 비하의 의미가 줄어들었죠.

참고 자료 : 전홍식, 홍인기, 고장원, 한동진 님 등의 SF 관련 글들.

유빛돌
2003-06-11 19:29:31
1800 번 읽음
  총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아스라다 '03.6.19 8:56 PM 신고
    :-D*물론 틀리신 말씀은 아니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그건 어디까지나 허구라는 사실입니다. 문학은 문학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 하나의 작품이 반드시 사회적, 과학적으로 옳게 증명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댓글에댓글
  2. 2. 아스라다 '03.6.19 8:58 PM 신고
    :-D*그렇게 따지면 조지오웰의 1984년이라는 소설도 개구라의 향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에댓글
  3. 3. 유빛돌 '03.6.20 9:22 AM 신고
    :-D*사회성, 과학적 정합성이 더욱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겁니다. 1984년은 언어학이나 인문학이나 사회학적으로 아주 우수한 소설이죠. 은영전 같은 졸작과는 다르죠...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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