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부터 ‘한국의 누드美學 2003전’ 개최… 김흥수·김호걸 등 누드 대가 총집합
촬영 도중 다리가 부러져 휠체어에서 꼼짝할 수 없는 신세가 된 사 진작가 제프리스(제임스 스튜어트 분)는 맞은편 아파트를 몰래 훔쳐 본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구혼자 사이에 휩싸여 있는 미녀, 갓 결 혼한 신혼부부, 수상쩍은 부부 등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몰래 훔 쳐보기를 계속하던 제프리스는 결국 사건에 휘말려 위험에 처한다. 그래도 제프리스는 훔쳐보기를 계속한다. 알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이창(원제 : Rear window)〉은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관음증, 즉 엿보고 싶은 욕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현대인의 숨길 수 없는 욕망, 관음증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왜곡 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몰래카메라가 대표적인 예. 인터넷 성 인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어디서 어떻게 찍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 는 방대한 양의 몰래카메라 영상을 볼 수 있다. ‘수요가 없다면 공 급도 없다’는 원리를 떠올릴 필요도 없이 현대인이 얼만큼 관음증 에 중독돼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관음증이 예술 영역으로 발전된 것이 ‘누드’다. 인간의 벗은 몸을 다루는 누드는 인류의 삶과 함께 해왔다. 그러나 인간의 벗은 몸을 다룬다는 특성 때문에 누드는 언제나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서 시비 에 휘말렸다. 누드는 인간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여성 누드는 여성의 풍만한 몸이 가진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남성 누드는 남성의 근육이 보여주는 강한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누드는 외국에서 예술로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얼마 전 누드전시회에 어머니와 함께 찾아왔 던 한 아이가 부끄러움 때문에 그림 앞에서 두 눈을 가려 제대로 감 상할 수 있도록 설명해줬다”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는 누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잘 드러낸다.
누드 예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미술 관이 나섰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6월 27일부터 7월 14일까지 〈한국의 누드미학 2003전〉을 개최한다. 세종문회회관 미술관이 누 드전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흥수·김호걸 등 총 68명의 작가가 출동, 한국 누 드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사실주의 작가와 초 현실주의 작가, 표현주의 작가와 에로티즘 작가, 입체 작가의 작품을 따로 정리해 ‘누드’라는 테마를 통해 한국 미술의 변화를 엿볼 수 있도록 기획돼 있다. 전시장인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심영 철 수원대 교수의 영상매체 작품 ‘아담과 이브’를 설치하고, 전시 장 바닥에는 누드를 나타내는 상징물을 깔아, 관객이 전시장을 둘러 보는 동안 누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번 전시회는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 고 있다. 개막식인 6월 27일 오후 4시 30분부터 30분 동안 왕형렬 단 국대 교수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누드크로키 공개 강좌를 진행한다. 전시기간 중 공개강좌는 매주 수·목요일 낮 12시 30분부터 30분 동 안 이뤄진다. 이 시간에 전시장을 찾은 시민은 전시회측이 제공하는 스케치북에 직접 누드를 그려볼 수 있는 ‘행운(?)’을 잡게 된다. 세종문회회관 전시운영팀 이형옥 차장은 “이번 전시회는 과거 숨겨 져 있던 문화를 보편적인 문화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부정적인 인식 을 ‘정화’하고 미술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목 표”라며 “많은 시민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나날이 노출이 심해지고 있다. 이들의 몸을 몰래 감상하는 대신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으로 가 당당히 인간의 몸이 가 진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의 누드美學 2003전 기간 : 2003년 6월 27일(금)~7월 14일(월)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전관 입장료 : 일반 3,000원/학생(단체 20인 이상) 2,000원
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
[뉴스메이커 2003-06-13 14:3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