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유승준씨의 입국허가와 관련된 찬반 여론을 보고 미국 유학생 처지에서생각을 밝힌다.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말하자면, 나는 예비군 훈련까지 마친사람이다.
결론적으로는 유승준씨가 입대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얻은 부분에대해서는 괘씸죄()를 적용해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법 어디에도 그런 경우에적용할 죄는 없다.
그가 또 국내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입국 허가를 할 수 없는결격 사유를 가진 외국인이라면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입국금지는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현실적으로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하려면,그가 국내에서 범법행위를 하는지, 이를테면 탈세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지를철저히 감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정서상 그의입국을 용납하지 않고 있고, 본보기로 삼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유승준씨의 입국 논쟁에는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다.
유씨말고도 얼마나많은 미국 국적의 한국인들이 병역 문제 등에서 특혜를 누리며 한국에서 생활을하고 있는지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통계는 알지 못하지만,한국의 주류 집단 중에서 미국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하고, 그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미국과 인연을 갖게되었는지를 밝혀 본다면 아마도 새로운 차원의 사회 의제가 될 것이다.
이것은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또 왜 한국 사회가근본적으로 돈과 권력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지를 파악하는 데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미국에 와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미국에 와 본 사람은 대부분 언제든지기회가 닿으면 미국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많다.
자녀 교육때문에, 주거 환경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심지어 한국인의 국민성이싫어서까지.
나 자신도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 살아 볼까 하는 유혹을 느낀 것도사실이다.
심지어 유럽인까지 합법적인 미국 체류신분을 얻기 위해 자존심 구기는일을 감수하는 걸 보면, 한국 사람이 미국 국적을 가질 기회를 포기한다는 것이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주위 사람들도 일단 유학생으로 와서 공부하다가, 돌아갈 때가 가까워오면갈등에 휩싸인다.
어떤 부류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더 공부를 하거나 불가능에가까운 취업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또 몇몇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가진 동포와 어떻게 연결 지어 눌러살려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동포도 자기가아는 유학생에게 공부가 끝난 뒤 한국에 돌아갈 것을 충고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슈퍼마켓 계산원이라도 하면서 정착할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을 한다.
미국 시민권 획득을 위한 원정 출산은 계속되고 있고, 의미 없는 공부를 위한유학생들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유승준을 막는다고 해결이 될 것은 아무것도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씨도 미국에 살다가 미국에서 김 전대통령과 인연이 닿아 정권의 실세로 떠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유력인사들 중에서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이역 멀리 미국 땅에서 왜 한국 대통령 후보의 후원회가 열려야 하는지 아직도이해할 수 없다.
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연구라는 미명 아래미국을 찾는지, 왜 이곳의 한국 신문들은 얼치기 언론인의 칼럼으로 고국의 정치에대해 훈계를 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국의 현실에 개입하기 전에, 미국사회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여 당당한 마이너리티가 될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않을까.
더는 필요할 때마다 고국을 드나들며 이런저런 단물을 빼먹는 일부인사들의 행태를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
더구나 그들의 친인척이 이미한국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들이 한국에 가서 공정한 게임을 하겠는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나는 어떤 힘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민족과 조국만을 부르짖는사람도 아니다.
단지 어떤 것이 공정한 게임인지만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유승준의입국 거부를 결정한 정부 책임자의 자녀 중 미국적을 가진 이가 없기를 진심으로바랄 뿐이다.
박언호/ 미국 유학생
출처 : 한겨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