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맹공"… 물건 없어 못팔정도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최대 전자상가인 네루마켓. 낡은 5층 건물 4개동의 허름한 외관과는 내부는 매장마다 가득한 세계 유명 컴퓨터와 전자부품과, 붐비는 쇼핑 인파가 뿜어내는 열기가 서울의 용산전자 상가를 연상케 했다.
건물 외벽은 소니, 휴렛팩커드, 필립스 등 세계 유명 전자회사들의 광고간판들로 덮여있다시피 하는데 곳곳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간판들도 눈에 띄었다. 이 곳은 대부분의 매장들이 다양한 업체들의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지만, 한국 제품은 단독매장을 운영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현지 상인들은 말했다.
컴퓨터 모니터를 구입하러 왔다는 회사원 보팔씨는 “인도에서 최고 가전제품 브랜드가 바로 LG전자와 삼성전자”라며 “인도인에게 적합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때문에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도로도 한국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볼, 도요타, 혼다, 마루티(인도 국내 자동차회사) 등 수많은 차량 속에 현대자동차의 ‘산트로’(아토스의 현지명)와 ‘액센트’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마티즈와 씨에로 등을 포함하면 차량 중 20%가량은 한국산 자동차들이었다.
뉴델리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앞에는 계약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대리점 영업부장인 하메트 싱씨는 “지난 주 출시한 뉴 산트로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고, 2,700CC의 소나타도 부유층의 높은 관심을 끌면서 꾸준한 계약건수를 올리고 있다”며 “한 달에 450대 가량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등 한국 ‘트리오’가 단기간내 인도시장에서 이뤄낸 성공신화는 유례가 없는 일로 꼽힌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 비즈니스 스탠더드 등 유력 일간지와 방송은 한국 기업들의 급성장을 특집으로 보도하는 등 크게 주목하고 있다. 비즈니스 스탠더드 특집기사의 제목은 ‘한국 기업들의 맹공(The Korean Blitz)’이었다.
지난해 3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9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대인도 수출 13억5,000만 달러보다 1.5배 많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1997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30~40%대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대부분 품목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컬러TV 112만대를 판매, 1위로 오르고 냉장고(매출 102%), 에어컨(98.5%), 세탁기 (38%) 등 각 부문이 고르게 성장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 늘어난 7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 3월 평면TV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27%로 일본의 소니를 누르고 1위에 올랐고, 지난해 휴대폰 360만대를 판매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11만1,000대를 판매, 인도기업인 마루티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산트로, 액센트, 소나타는 모두 배기량별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제품의 인기는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뉴델리 인근 BP주 노이다에 위치한 LG전자 공장에서 만난 프리트 두갈 생산라인 담당 과장은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냉장고와 에어컨은 없어서 못 팔정도”라며 “대부분의 생산 라인이 24시간 풀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부족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서부 마하라쉬트라주에 노이다의 공장과 비슷한 규모인 6만 여평의 부지에 제 2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한국의 소형차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인도의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에서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 간판기업들을 제친 경우는 인도가 유일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OTRA 강석갑 인도관장은 “일본 기업들이 열악한 인도의 생활환경 등을 이유로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한국 기업들은 과감한 현지화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델리ㆍ노이다=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입력시간 : 2003/06/15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