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납치 사건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한 여대생이 납치범에게 저항하다 살해되었으며, 이달 초에는 연예인 A양이 납치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납치범들이 살인을 전제로 납치를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단 납치되면 인질의 목숨은 납치범의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납치당했을 때 당사자의 대처 능력에 따라 생사의 길도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A양은 납치당한 후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A양은 납치당했을 때 납치범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해줬는데, 이것이 목숨을 건진 결정적 이유다.
대불대학교 경찰행정학부 이동영 교수(사진)는 '납치 생존 십계명'을 제시했다. 탐정 보안업체인 리스크 프리라인(Risk Free Line)의 대표인 이교수는 경찰청 외사과 출신의 해외범죄 전문가다. 이교수는 국제 납치범 협상 전문가로 유명하다.
▲자신을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지 마라〓대부분 인질이 되면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처럼 탈출을 시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감정을 자제하라〓인질이 되면 감정이 격해져 납치범들에게 대드는데 이는 생명을 담보로 한 자충수다.
▲논쟁을 벌이지 마라〓인질범과 따지듯 대화하면 인질범이 수갑을 채우거나 입을 막아 자칫 살해될 수도 있다. 절대 금물이다.
▲밥과 간식은 많이 먹으라〓인질이 되면 물론 밥맛이 싹 달아나겠지만 티를 내지 말고 일부러 더 많이 달라며 많이 먹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라〓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라는 사고를 하라.
▲유머를 하라〓인질범과 대화를 할 때 유머를 쓰면 그들도 인간인 이상 호의적으로 나온다.
▲복종하라〓인질범의 말에는 무조건 '맞습니다. 맞고요' 하며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 좋다.
▲경찰이 구출할 때는 무조건 땅에 엎드리라〓경찰은 납치범과 인질을 분간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탈출을 시도하면 경찰의 총이나 납치범의 흉기에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이교수는 또
▲1시간 데이트를 즐기라고 강조한다〓대부분 인질범들은 1시간 동안 이미지가 좋으면 살려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빼앗는다. ▲경찰에 적극 알려야 한다〓이번 여대생 납치 살인 사건에서 보듯 가족들이 경찰에 일찍 알렸으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교수는 "최근 미국에서는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 주에서 생방송을 내보내고 공개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범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언론 공개와 비공개를 두고 논란이 많지만 반드시 경찰에 먼저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철 기자 jbc@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