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음악파일 저작권 문제로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한국판 냅스터' 소리바다 대표 양정환씨(28). 지난달 법원이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이후 2년간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았다. 법정싸움 이후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고층 아파트에 둥지를 튼 주거공간 겸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파트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며 마주보고 있는 2개의 책상이었다. 컴퓨터 2대가 사이좋게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정환씨는 매킨토시용 컴퓨터 1대를 더 가지고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싫어하는 형 일환씨(32)는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
2000년 정환-일환씨 형제가 미국 컬럼비아 공대와 버지니아 공대를 졸업하고 만든 소리바다는 현재 회원수가 1,4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편하게 음악을 다운로드받아 즐길 수 있는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던 중에 소리바다를 만들었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는데 손에서 땀이 나더군요. '공소기각'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그 자리에서 웃고 싶었지만 속보이는 것 같아서…. 나중에 형과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었어요." 이번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에 대한 정환씨의 소감이다.
이들은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이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를 선언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정환씨는 "법원이 검찰의 공소제기에 대해 형식적 요건을 문제삼아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전반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방조죄가 없다고 한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만족해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검찰이 바로 항소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또다시 형사소송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정환씨는 소리바다와 둘러싼 논란 중 가장 아쉬운 것은 검찰의 기소라고 털어놓았다. "기소만 하지 않았다면 음반업계와 여러 가지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검찰이 기소하자 음반업계는 우릴 '범죄자'로 보면서 일절 대화를 하지 않더군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정말 괴로웠어요."
타협 방안에는 소리바다의 유료화도 포함돼 있다. "지금이라도 음반업계가 유료화를 제의한다며 수용하겠어요. 네티즌이 반발하겠지만 감수해야죠." 정환씨는 또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회사나 단체가 있다면 소리바다를 넘길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2년이 넘는 법정싸움은 정환-일환씨 형제를 백수로 만들었다. 소리바다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년 동안 정말 한가했죠. 스스로를 썩히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백수라고 해서 굶고 산 것은 아니다. 배너광고와 소리바다 이름을 빌려줘 받는 수익이 만만찮다. "웬만한 컨설턴트 회사에서 버는 만큼은 벌어요. 먹고 살만 하죠."
이들은 최근에서야 다른 일을 시작했다. 일환씨는 프로그램 짜는 일을, 정환씨는 투자한 IT회사에 아침마다 출근하고 있다. 그나마 단조로운 일상에서 탈출한 셈이다.
아직도 소리바다와 관련해 3건의 민·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빨리 종결됐으면 좋겠는데 국내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대화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 많아요."
이들은 소리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정환씨는 "해외로 눈을 돌려보려고 해요. 그게 빠를 것 같네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조만간 '소리바다 전쟁'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분당〓권오용 기자 bandy@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