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씨의 입국허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다수를 차지하는 반대론자들은유씨가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당시 “군대에 가겠다”고 공공연히 말해 놓고,결국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여 군을 피해간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찬성론자들은법을 어기지 않은 개인적 상황 안에서 선택한 것이므로 이를 존중해야 하며, 일부부유층자녀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병역기피 문제를 놓아두고 ‘왜 유씨만심판대에 올려야 하는가’라는 주장을 편다.
상충하는 개인의 권리와 국가적 의무 사이에서 대부분이 선택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들의 처지를 위해 개인의 권리를 선택하고픈 마음이야 누구든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리고 국가적 의무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이 법을 어기지 않는방향이면 물리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유씨의 경우처럼 국가적 의무를 버리고 개인의 처신에 따라행동한 것을 보며 씁쓸함을 가지는 동시에 많은 비난을 보낸다.
이는 어느 누가주도하여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며, 단지 감정적인 면에 서서 하는 행동도 아니다.
그를 비난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사회’라는 큰 그릇 속에 있기때문이다.
사회 안에서는 강제적인 성격을 띄는 법이 있고, 그렇지는 않지만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때로는 합의 아래 생성되는 도덕이 있다.
법을어기는 사람에게는 물리적인 처벌이 가해지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의 논쟁이그다지 크지 않지만 도덕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가치가 개입되는데, 이 가치를매기는 시각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유씨의 경우는 헌법에 명시된 국가적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법을어긴 것이지만, 그 내용으로 보면 의무를 면제받는 합당한 절차를 밟은 셈이다.
그러나 그 절차에서 유씨는 우리의 도덕적 가치를 거스르는 일을 했기 때문에사람들에게 비난거리가 되는 것이다.
한창 인기가 좋을 때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에나와 종횡무진하면서 “대한민국 청년으로써 군대에 가겠습니다”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나중에 “가족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시민권을 획득할 수밖에 없었다”라고말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이미 미국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면텔레비전에 나와서 했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아무리 “그 때 한말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된 점을 이해해 달라”고해도 사람들은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
나는 그가 우리가 사회에서 애써 지켜가려고 하는 도덕적 가치를 자신에 이익에,또한 상업적인 목적에 이용했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잘 나갈 때는 인기에 영합하여거짓말을 하고, 그 뒷일은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생각도든다.
물론 이러한 해석이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이렇게 비약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씁쓸하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저런모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할 땐 온갖 좋은 말을늘어놓다가, 뒤돌아서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돌리는 정치인들, 일부공무원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인들의 소인배적인 모습에우리들이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실망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사회 도덕적가치를 거스르는 모습에 실망해도 어찌 대응할 도리가 없는 우리들의 모습에 더욱힘이 빠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고국에 가서 벌을 달게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에게 내려질 ‘벌’이라는것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별 효력이 없을 뿐더러, 우리가 개인의 이익을 버려가면서지켜온 도덕적 가치가 그를 통해 또다시 상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고위 관리층의 아들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병역을 기피하고있는데 왜 유승준 한사람에게 마녀사냥식의 질타를 보내는가’라는 의견을제시한다.
생각해보면 유씨가 그러한 비난의 화살을 과도하게 받고 있는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잘못하고 있는 것은 유씨에게비난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온갖 편법을 동원해 군대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적당한 비난과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유씨가 많은 사람들 중에 운이 나빠걸린 것이 아니다.
그는 마땅히 받아야 할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우리들이 여기서 고쳐야 할 점은 사회적으로 저명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법을어기고 도덕적 가치를 무시하는 일을 했을 때 방관자적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가 공중(公衆)으로써의 위치를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분노와 슬픔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어쩔 수 없는 슬픔을 무시하고 이용한 유씨에게 사람들이 비난을 보내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이유로 그를 비난하며, 그의 입국과 국내 가수 활동을 반대하는것이다.
이주연/대학생(신문방송학과 4학년) ⓒ 한겨레
출처 :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