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가 숨기고픈 자신의 과거사를 밝힌 이유는 다름 아닌 호주제 폐지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여성운동연합 홍보대사인 김미화는 호주제 폐해에 공감한 후 줄곧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펼쳐왔다. 과거사를 밝힌 15일에도 그는 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호주제 철폐를 위한 문화예술인 모임 자리'에 권해효 홍석천 등과 함께 참석했으며,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난 비밀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김미화는 이 자리에서 "이혼과 교통사고는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제한 뒤 "호주제의 불합리한 사례를 접하다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더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이혼한 여성의 경우 재혼하더라도 자녀들을 전 남편 성의 아이로 키워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자녀들은 부모의 피를 반반씩 받아서 태어나는데 현재 호주제는 일방적으로 부계 쪽에 치우쳐 있다"며 "외국의 경우 부모가 이혼할 경우 자녀에게 부모 성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고 설명했다.
김미화는 "나도 어릴 때 아버지와 호적상 어머니 등 두 분이 돌아가신 뒤 생모가 살아 있음에도 호적상 고아 신세가 됐다"며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 없는 아이라는 놀림을 받고 한 동안 방황했다"고 고백했다.
김미화는 여성운동연합 외에도 유니세프와 녹색연합 등 시민 운동에 앞장서 온 모범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일문일답
-아버지가 혼인신고 사실을 숨긴 채 어머니를 만났는데.
▲원망한 적 없다. 아버지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으셨을 거다. 호적상 어머니가 본처로 등재된 상태에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 호적에 오르지 못했다.
-호적상 부모가 돌아가신 후 생모 호적으로 옮겨졌다는데.
▲두 분이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살아있음에도 나와 여동생은 졸지에 고아가 됐다. 당연히 어머니가 우리를 자신의 호적에 올렸다.
-그게 가능한가.
▲당시나 지금이나 남편 없이 아이를 낳았을 경우 어머니 호적에 자신의 성으로 아이를 입적할 수 있다. 처녀가 아이를 낳은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다. 당시 어머니가 벌금을 내고 늦게 출생 신고한 것처럼 처리해 호적에 올렸다고 들었다. 박 씨에서 어머니 성인 김 씨로 바뀐 것은 바로 이 때였다.
-호주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여성의 주체성 상실이다. 호주제 하의 여성들은 결혼과 동시에 본적도 바뀌는 등 여성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결국 호주제는 남아 선호사상을 조장할 뿐 아니라 낙태율을 높인다.
-호주제 철폐를 대 남성 투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선.
▲물론 페미니즘 운동의 일환이지만 그런 극단적인 시각으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남녀 상호 평등을 바라는 목소리다.
-결혼할 때 과거사에 대해 남편에게 말했나.
▲남편이 모든 사실을 듣고 날 감싸줬다. 그래서 남편과 결혼했다.
-현재 친정 식구들 반응은.
▲친정 어머니께 놀라지 말라고 귀띔해드렸다.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작년 투병 생활을 하셔서 걱정이 된다.
김범석 기자 kbs@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