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상업화가 저급한 콘텐츠의 범람을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유명 포털업체들까지 수익 추구에 매몰돼 선정성을 강화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형 포털업체들이 직접 선정적인 콘텐츠나 광고 게재에 앞장서는 양상까지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한 호텔에서 진행된 영화배우 권민중씨의 누드 영상 시사회에는 대형 포털업체나 휴대전화 콘텐츠 업체가 초대됐다.
연예인들의 누드 동영상이나 사진을 포털이 아닌 소규모 사이트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포털업체들이 직접 누드 콘텐츠를 보고 판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몰려든 것이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시사회에 간 포털업체 등 3~4개 업체가 조만간 권씨의 누드 사진을 사이트에 올릴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권씨가 누드 촬영 때 입은 속옷이 유명 인터넷쇼핑몰에서 팔릴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포털업체들의 ‘황색화’ 양상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검색광고에서도 두드러진다.
네이버, 엠파스, 코리아닷컴 등은 ‘성인’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띄우는 검색결과에서, 돈을 받고 특정 사이트를 윗부분에 도드라지게 배치하는 검색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우표 반쪽 만한 크기의 자극적 광고사진과 사이트 설명이 곁들여진다.
이런 검색결과를 내보내는 데는 광고료도 비싸, 일반적인 상업적 사이트들이 한 달에 수십만원대인 데 비해, 어떤 성인사이트는 게재료가 400만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그러나 포털업체들은 성인인증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권고하는 성인인증 절차를 밟아 성인만을 대상으로 보여주고 있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인인증이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나 부모 이름 도용 등으로 큰 장벽이 안된다는 것은 점은 상식에 속하는 일로 알려져 있다.
성인용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불법인 포르노사이트를 인터넷 관문이라는 대형 포털업체들이 돈을 받고 연결시켜주는 건 지나치다는 측면에서 성인인증이 마치 면죄부처럼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엄격하게 보자면, 포털업체들이 음란물 유포의 ‘공범’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접속자 수를 중요시하는 포털업체들은 누드사진 게재 등으로 인권침해 우려마저 낳게 하고 있다.
한 대형 포털사이트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누드사진 감상 코너를 마련했다.
예술성을 따져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검수를 제 때 못해 예술사진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한 장당 수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누드사진의 감상평은 대부분 예술사진 감상문이라고 볼 수 없는 글 투성이다.
더구나 일부 접속자가 “이런 데 오른 사진이 과연 게재자의 창작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지적하는 데서 볼 수 있듯, 사생활이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한 인터넷업체 관계자는 “어떤 사이트는 악용 가능성이 있음에도 연인들의 입맞춤 사진 올리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접속자 수와 수익을 늘리기 위한 선정성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출처 :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