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이성교제가 학교폭력으로 이어져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폭력이 집단화 성향을 띄어 위험수위에 이르렀는데도 학교나 관계당국에서는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없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H고교에 다니는 김모양(16)은 최근 옆반 친구인 이모양(16)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불안에 떨고 있다. 김양은 며칠전 이양이 자신을 불러내더니 "지금 사귀고 있는 김모군(16)과 당장 헤어지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양은 "그렇지 않으면 다른 학교에 있는 남자친구 수십명을 불러 널 '밟을 테니'(집단폭력을 일컫는 청소년들의 은어) 알아서 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김양의 말에 의하면 "같은반 친구 김모군이 1주일전에 먼저 사귀자고 해 고민 끝에 이성친구로 사귀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김군의 전 여자친구 이양이 김양 때문에 자신이 헤어지게 됐다며 이같은 협박을 했다는 것. 결국 이 말을 듣고 충격과 겁에 질린 김양은 고민 끝에 울먹이면서 담임선생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남녀공학인 중·고교를 중심으로 최근 널리 퍼지고 있다. 이 학교 김모 교사(35)는 "실제로 학교에서 이성문제가 폭력으로 이어져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 징계를 받거나 피해 학생이 전학까지 가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학교폭력에 대해 상담하는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도 이런 질문이 적지 않게 올라와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한 상담원은 "이같은 사건의 근본 원인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성교제나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관한 교육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성에 관심이 많고 친구들과의 교류가 많아지는 청소년 시절, 더욱이 최근 남녀공학 비율이 늘어 자연스레 이성교제가 많아지고 있음에도 학교에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지도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중·고생들 사이에서는 커플이 이뤄지면 '투투'를 최대의 기념일로 삼고 있다. 만난 지 22일째 되는 날을 크게 기념하는 것이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불과 몇년 전에는 교제 100일을 기념하던 것이 22일로 줄어든 것은 청소년들의 이성교제가 그만큼 즉흥적이어서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사귄 지 며칠 만에 헤어지고 그후 다시 전에 만나던 이성을 만나는 등 사람끼리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 이같은 사고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남 기자 ysn93@hot.co.kr
출처 : 굿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