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머니' 잘쓰면 약 못쓰면 독
사이버머니는 인터넷 사이트와 전자상거래에서 유통되는 ‘돈’이다. 지폐나 동전처럼 물리적 형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거나 콘텐츠를 이용할 때 현금과 똑같이 지불수단으로 쓰인다.
사이버머니는 일반적으로 광고메일을 보거나 설문조사 응답, 게시판 글쓰기, 제휴 사이트 방문 및 회원 가입을 통해 쌓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한 금액 일부를 사이버머니로 돌려주기도 한다. 당장 필요하면 인터넷뱅킹이나 신용카드·휴대폰 소액결제 등으로 즉시 충전할 수도 있다. ‘한게임’(hangame.naver.com) ‘한코인’의 경우 모바일 인증을 통하면 15만원까지 충전 가능하다.
사이버머니는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거나 고스톱·포커 등을 즐기는 데 필요하다. 최신 유행 아이템으로 자신의 아바타를 꾸밀 수도 있다.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거나 복권을 사서 인생역전을 꿈꿀 수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명절 때 직원들 선물로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기도 했다. 한국휴렛팩커드, 국민연금관리공단, 컴팩 등 20여개 회사는 지난해 추석 때 임직원들에게 사이버머니를 선물했다. 올 설에도 인터파크는 5만원짜리 전자상품권을, 롯데닷컴은 20만~30만원의 사이버머니를 상여금으로 제공했다.
사이버머니는 업체마다 단위와 환율이 제각각이다. ‘다음’(daum.net)의 ‘다음캐시’ ‘1원’과 ‘포인트뱅킹’(pointbanking.com)의 ‘1띠앗’은 현금과 마찬가지로 1원의 가치가 있다. 아바타 채팅 사이트 ‘팝플’(popple.co.kr)의 ‘1루피’는 10원,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cyworld.com)의 ‘도토리 1개’는 100원이다. ‘프리골프’의 ‘골프공’, ‘이루리닷컴’의 ‘루리’, ‘리니지’의 ‘아데나’ 등은 모두 사이버머니의 또다른 이름이다.
■ 잘 쓰면 ‘대박’
푼돈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이버머니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웬만한 콘텐츠 하나를 이용하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느 사이트에 얼마나 남아있는지 잊어버리기도 쉽다. 그러나 이런 ‘자투리 사이버머니’도 활용하기에 따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포인트파크’(pointpark.com)는 흩어져 있는 각종 사이버머니를 통합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사이트이다. 정아무개(27·학생)씨는 최근 이 사이트에서 사이버머니로 즉석복권을 사서 1등 1억원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포인트뱅킹 게시판에는 사이버머니 우수 활용사례를 소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포인트를 이용해 엠피3 플레이어를 구입했습니다. 저는 포인트를 예스24 머니로 환전해 씁니다. 얼마 전 이곳 쇼핑몰에서 할인판매를 할 때 모아둔 포인트로 결제했습니다.”(김철기)
“저는 가족의 아이디를 관리하며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습니다. 엡손과 휴렛팩커드의 경우 직접 포인트거래를 할 수는 없지만, 이코인이나 사이버패스 상품권을 살 수 있어 띠앗 적립이 가능합니다. 얼마 전에 띠앗을 비씨탑포인트로 환전하니 70만원이 되더라구요.”(김대희)
■ 잘못 쓰면 ‘쪽박’
100여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천문학적 규모의 사이버머니를 모은 뒤 현금으로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5명이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적발됐다. 이들은 빼돌린 개인신용정보로 게임 사이트에 계정을 만들고 계정끼리 게임을 시켜 한 계정에 게임머니를 몰아주는 수법으로 사이버머니 5경9천조원을 모은 뒤, 불법 사이버머니 환전상에 팔아 7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인터넷을 통해 경마·경륜·경정 등 불법 사설경주를 벌여 온 경주권 구매 대행업자 김아무개씨 등 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인터넷에 경주권 구매대행 사이트를 만든 뒤 회원들에게 경주권 구매대금을 사이버머니로 교환해줬다. 회원들이 이 사이버머니로 경주권을 주문하면 업체는 경주권을 대신 구입한 뒤 우승 적중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1억1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국내 게임 아이템 거래사이트는 200여곳, 시장규모는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규모도 꾸준히 늘어 아이템베이(itembay.com)의 경우 지난달에만 약 130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사이트는 주고객이 청소년인 까닭에 이들이 경제적 능력을 넘어서 아이템을 사고팔기 때문에 해킹·사기 등 사이버범죄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 4월 아이템베이를 청소년유해매체로 결정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값비싼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사행심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해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된 아이템 거래 사이트는 32곳에 이른다.
이상철 기자 rigel@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