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의 '이중잣대'
캐나다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키칠라노 시어터 그룹은 "섹스 예술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길고 다소 거창한 제목의 연극을 현재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문제는 바로 연극 속의 한 장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과 '자유'라는 만고불변의 '뜨거운 감자'를 다뤄 보겠다는 의욕을 앞세운 이 연극에는 두 배우가 관객들 앞에서 적나라하게 오럴 섹스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공연이 처음 시작됐을 때 밴쿠버 경찰은 이 연극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럴 섹스를 연기하는 두 연극배우가 졸지에 포르노배우로 전락한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해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난 10일 오후 경찰당국은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는 문제의 연극을 계속 진행할 경우 비도덕적퇴폐적외설적인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형법 167조에 입각해 단호히 사법처리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극단측의 반발은 당연한 일 수도 없는 포르노물들이 영화관이나 비디오숍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데 하필이면 자신들의 예술작품을 걸고 넘어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지난 92년 캐나다 대법원은 "폭력적이고 혐오스러운 비인간적인 성적 표현물은 외설의 범주로 판단해 사법처리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성적 표현물은 사법처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선언했다. 다양한 측면에서 유권해석의 여지를 남겨 사실상 포르노물의 자국내 유통을 전면 허용한 셈이다.
하지만 문제의 판결은 출판물과 영화에 관한 형법 163조에만 해당한다는 것이 사법당국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외설적인 행위(performance)에 관해 규정한 167조를 "섹스 예술 그리고 민주주의"에 적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불만이 있다면 연극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라이브로 보여주지 말고 필름으로 찍어 극장이나 비디오숍에 유통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밴쿠버뿐 아니라 캐나다 전역에서는 외설과 예술 또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성과 자유만이 아니라 외설과 예술 역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미 몇건의 외설시비를 처리해 왔던 밴쿠버의 제임스 서덜런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연극 속의 섹스와 영화 속의 섹스가 도대체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했던 대사와 비슷하다 "뇌가 받아들이는 세상이 어차피 전기신호일 뿐이라면 실제와 매트릭스는 어떻게 다른가"
제임스 변호사가 한 말의 의미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면이라면 스크린과 무대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의 치모 노출로 인해 극장주와 연출자가 구치소를 들락거려야 했던 '미란다 사태'를 기억하는 우리에게야 '둘 다 쇠고랑'이 정답이겠지만 밴쿠버에서는 그 결말을 아직 알 길이 없다.
에로스넷 제공
[굿데이 2003-06-18 11: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