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소송은 다른 소송보다 변호사의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분야다.일반 손해배상 소송의 원리에 충실하기 때문에 별도의 법리적 ‘논리’는필요치 않지만, 관련자들의 상처와 분노를 제어하기가 만만치 않다.
소송 결과가 피해ㆍ가해자 모두에게 또 다른 앙금과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호사들로서는 부담이다.학교측이 비난을 면하기 위해 피해 학생의 일기장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부분을 공표해 피소된 사건, 사내 왕따의 증거가 조작됐다고 오히려 피해자를 형사 고소한 사건 등은 왕따 소송으로 인한 갈등이 또 다른 소송으로비화한 경우다.
왕따 소송에서 대표적인 판례를 끌어낸 변호사로 우선 손난주 변호사를 꼽을 수 있다. 손 변호사는 대전고법의 피해자 책임면제 판례를 이끌어냈고, 이명숙 변호사는 96년 Y고교의 왕따 소송을 맡아 여러 판례를 만들어 냈다.
이 변호사는 “당시 가해자측은 사죄의 의미에서 변호사 선임도 하지 않았다”며 “가해자측 변호사가 좀 더 합의에 중점을 뒀더라면 원만히 해결됐을 사건이었다”고 아쉬워했다.
학내 왕따 소송은 소송 제기 전에 교사 등의 힘을 빌려 가해 학생의 진술등을 받아놓는 작업이 중요하다. 소송을 낸 뒤 입증을 하려면 가해자들이강경하게 돌아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직장 내 왕따 소송 분야는 노동 전문 변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노동사건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한울의 대표 변호사인 이경우 변호사는 LG전자 사건을 맡아 직장 내 왕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진희기자
원본글:
|‘집단 괴롭힘’(왕따)으로 불리는 사건이 최초로 언제 법정에 서게 됐는지는 ‘다수에 의한 괴롭힘’의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를 가늠하는 것 만큼어렵다.
|왕따 소송이 주목을 받은 것은 1990년대 후반 학내 및 직장내 왕따가 사회문제화한 이후였다. 법조계에서는 “이전에도 비슷한 소송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왕따’라는 말이 있기 전의 ‘왕따 소송’까지통계화 하지는 못하고 있다.
|
|그러나 법원은 ‘왕따 소송’이 의제화한 지 10여 년이 채 안된 올해 “대인기피증 등 왕따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기질은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판시, 약자 편에 서는 진일보한 판례를 만들어 냈다.3월말 대전고법은 99년 왕따 후유증으로 고교를 자퇴한 이모 군의 부모가대전시와 가해 학생 가족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2나5345)에서 “이군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한 1심을 깨고 “이군 부모에게보호 소홀에 대한 책임 20%, 가해자에게 80%의 책임이 있을 뿐 이군에게는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가해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대하고 ‘이러 이러한 이유로 원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추상적인 피해 공제를 지양하는 쪽으로 물꼬를 바꿔놓은 판례였다.
|
|최근까지도 법원은 ‘지능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낮고, 상황에 맞지 않는말이나 행동을 하고,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성적이 부진하고주위가 산만하다’는 등의 피해학생의 ‘무해’한 기질까지도 왕따를 유발한 책임 및 과실로 인정했었다.
|
|이보다 앞서 내려진 대표적인 왕따 소송은 95년 “심장병 때문에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급우들로부터 집단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해외이민까지 떠나야 했던 서울 Y고의 왕따 사건.
|
|96년 첫 소송이 제기된 이 사건은 수년 간 왕따 가해 학생에 대한 형사처벌, 학교 당국ㆍ교육청 및 지자체 등에 대한 배상 책임 인정, 나아가 교육청의 가해 학생 측에 대한 구상권 인정 등 왕따와 관련된 수 많은 첫 판례를 만들었다.왕따 사건은 그러나 그 피해 정도와 학교ㆍ교사의 방치 여부, 피해자 부모의 대처 여부 등에 따라 피해액 산정과 책임 유무가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에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 대는 것은 위험하다.
|
|왕따 소송에서 배상액은 정신ㆍ신체 질환의 정도에 따라 정상인의 경우인정되는 ‘일실수입’(도시일용노임 기준)을 기본액으로 치료비ㆍ 피해자의 과실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
|이 때문에 확실한 승소를 위해서는 피해 학생의 일기장이나 주변의 증언,정신ㆍ신체질환 감정 등 왕따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실제 2001년 자녀의 초등학교 담임교사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된 왕따피해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에게 실제 집단 괴롭힘이 발생했는 지 입증이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
|당시 피해 학생은 왕따로 대인 공포증 등 정신분열 증상을 갖게 됐다고주장했으나 왕따와 정신분열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것도 패소의 한 원인이었다.
|
|학내 왕따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왕따, 군대 내 왕따, 심지어 업계 내 왕따등 갈수록 다양해 지고 있는 왕따 소송에서도 이 같은 기준은 그대로 적용되며, 피해가 입증되는 한 배상책임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추세다.2000년 부서내 비리를 사내 감사실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왕따와 해고를당한 정모씨 사건에 대해 법원은 산업재해를 인정했으며, 파업 참가를 이유로 왕따를 당한 노조원에게는 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
|또 지난 해 서울고법은 ‘특별히 악의적인 가혹행위’가 없었던 군대내 왕따로 인한 자살사건에 대해서도 1심을 깨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
|염두에 둘 것은 군대 내 왕따 사건은 정신이상 등을 유발한 경우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을 수 있지만, 자살할 경우에는 ‘자살자는 제외한다’는규정 때문에 국가유공자 판정 소송에서 거의 패소한다는 점이다.한편 서울지법 동부지원은 2001년 다른 중개업자들이 담합해 정보 공유를제한 하는 방법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한 중개업자의 ‘업계 왕따 소송(2001가단1264)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
|법원은 “부동산 공동중개에 있어 원고를 소위 ‘왕따’ 시킨 공동 불법행위는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자료 지급의 당위성을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