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176명 신청9명만 인정 심사 늦어져 포기 잇따라 “차라리 한국 정부에서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불허 통보라도 해준다면속이라도 시원하겠습니다.
올해도 난민심사가 끝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로‘밀항’이라도 해 난민신청을 하게 말입니다.” 유엔이 정한 제3회 ‘세계난민의 날’(20일)을 기념해 버마 민족민주동맹한국지부와 ‘버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한국위원회’가 19일 오전 11시 서울 한남동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연 ‘아웅산 수치 석방’ 촉구집회에 참석한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대외협력국장인 샤린(29)은 3년째 ‘난민 신청자’ 신분을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민주화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샤린은 1994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한국에 왔다.
그리고 98년 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과 버마 민족민주동맹한국지부를 결성했다.
그때부터 미얀마 군부는 샤린의 부모를 찾아가 “한국에서의반정부 활동을 중단시키라”고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미얀마 집 전화는 도청되고,샤린이 보낸 편지도 중간에 사라졌다.
샤린은 한국에 머물며 버마 민주화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한국정부에 난민지위 인정 신청서를 냈다.
샤린은 그동안 인천의 한 가구공장에서월 90만원씩 받으며 하루 10시간씩 ‘불법’으로 일해 왔다.
2001년에는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어 서울의 한 대학에 문의했지만, 난민인정전까지는 입학허가가 안 된다는 대답만 들었다.
건강보험도 없고, 은행통장도 만들수 없다.
한국은 난민인정 분야에 있어선 아직 후진국이다.
한국정부가 ‘난민지위에 관한협약’에 가입한 것은 92년이다.
한국정부가 인정한 최초의 난민은 9년 뒤인2001년 2월, 에티오피아 반정부 단체인 오로모해방전선 출신인 타다세 데레세데구(당시 26살)였다.
이후 지금까지 한국정부에 난민지위를 신청한 외국인은 모두176명이나, 이들 중 허가된 사람은 불과 9명뿐이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공식적으로“유엔이 정한 ‘난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민변 쪽은“난민과 이주 노동자 문제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난민지위를 이용해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보는 입장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또 난민인정 심사기간이 너무 길어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난민담당실무를 맡고 있는 법무부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혼자서 1년에 30~40명이나 되는난민 신청자들을 심사하다 보니 심사기간이 6개월~3년까지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고충을 털어놨다.
23년 동안의 프랑스 망명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1월 귀국한 홍세화 〈한겨레〉기획위원은 “프랑스에서는 난민심사를 접수한 자리에서 바로 임시체류 허가증과임시노동 허가증이 주어지고, 프랑스어 교육 혜택도 주어진다”며 “정치적난민들이 한국과 그들 출신국가를 잇는 다리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1951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난민이란 ‘인종,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특정 사회단체 참여 등의 이유로 인한 박해의 공포를피해 조국을 떠난 뒤, 귀환하지 못하거나 귀환하려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 한겨레(//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