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손예진
손예진(22)은 굳이 분류하자면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깝다. 신세대답지않게 휴대전화도 없으며, 필요할 경우 매니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는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고, 연락을 주고 받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것이다. 인터넷도 2001년 데뷔 후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배웠고, 좋아하는 노래도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등이다.
그의 깊은 눈빛과 단아한 기품은 아날로그적 바탕에서 배어나오는 것은 아닐까. 학처럼 고고한 여인 소운(취화선), 무릎을 구부리며 들국화의 ‘내가 찾는 아이’를 부르는 수인(연애소설), 가슴아픈 사랑을 한 주희(클래식)까지. 그는 출연작마다 청순한 이미지를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이런 맥락에서 손예진에겐 조금은 특별한 영화다.
“제가 맡은 ‘일매’는 밝으면서도 나이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자신감 있는 인물이에요. ‘태일’(차태현)을 유혹하기 위해 억지로 뽀뽀하려 했고, 비키니까지 입었죠. 처음에는 못할 것 같았는데 시사회에서 많은 분들이 웃어주셔서 만족스러워요”
그는 ‘첫사랑…’을 하면서 영화의 맛을 알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이번 영화에선 각 장면마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감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연애소설’의 경험을 살려 직접 작사한 ‘마지막 사랑’이란 곡도 불렀다.
“촬영은 대체로 수월했어요. 단 한번 영도다리 장면을 찍을 때에는 바닷바람이 세어서 고생했고요. 핫팩 12개를 배·다리·등에 붙이고 연기했죠. 추우면 감정잡는 것도 힘들고 눈물도 쏙 들어가거든요”
‘연애소설’ 이후 두번째로 공연한 차태현에 대해선 “오빠가 건성으로 연기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서 “찍는 순간에도 그런(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다”고 밝혔다. 프로듀서 출신인 오종록 감독에 대해서는 “경상도 사나이답게 터프했지만 배우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애썼다”고 소개했다. 손예진은 “전작 ‘클래식’을 찍을 때에는 극을 이끄는 역할이어서 부담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번엔 유동근 선생님과 차태현 오빠가 있어 (흥행 등에 대해)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손예진은 ‘첫사랑…’ 촬영을 마친 뒤 다음달부터 방송되는 KBS드라마 ‘여름향기’에 합류했다. ‘여름향기’에서 그는 첫사랑을 잃은 남자 민우(송승헌)와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는 “드라마에선 보이시한 이미지로 나오기 때문에 더이상 (나에 대해) ‘공주야’ ‘내숭이야’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밝고 싱싱한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주변에선 간과하고 있지만 그는 타율이 높은 흥행배우다. 스크린데뷔작 ‘취화선’은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정통 멜로인 ‘연애소설’(1백75만명)과 ‘클래식’(1백86만명)도 조폭·코미디 영화의 홍수 속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거장 임권택 감독과 ‘카리스마 넘치는’ 대선배 최민식과 일하는 경험(취화선)을 쌓았으며, ‘클래식’의 곽재용 감독으로부터는 풍부한 감성을 배웠다. 출연 작품의 수나 쌓인 연륜에 비해 그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드러내는 증거다.
그는 “영화 ‘피아노’의 홀리 헌터 같이 세상과 문을 닫았지만 절실한 사랑을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언젠가는 연기하고 싶다”면서 “홀리 헌터가 피아노 건반을 만질 때 손끝의 느낌, 사랑의 느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이용욱기자 woody@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