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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힐러리 클린턴 인터뷰 뒷얘기

 


안녕하세요 문화부 정재연 기자입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56) 미국 연방 상원의원 인터뷰가 처음 잡혔을 때 조선일보 문화부는 ‘날짜는 17일, 장소는 워싱턴 DC 호텔, 시간은 오전 10시15분~11시 사이 30분’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딱 30분이란 말에 ‘10분만 더 달라’는 메일을 보냈더니 오히려 ‘연락이 잘 못 갔나 보다. 인터뷰 시간은 20분이다’라는 답신이 왔습니다.

“(ABC의)바바라 월터스와 (CNN의)래리 킹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내 매체건, 국외 매체건 인터뷰는 20분이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선배들의 말로는 ‘상원의원급은 원래 보통 20분만 만나준다’는 군요.

인터뷰 장소는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근처 피닉스 파크 호텔. 인근 하얏트 등에 비해 작고 조용해 힐러리 여사가 왔다갔다 해도 별로 이목을 끌지 않을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인터뷰 당일, 호텔 로비에 가보니 힐러리 자서전 ‘Living History’를 들고 서성이는 여성이 보였습니다. 영국 ‘더 가디언’ 지 기자라고 했습니다.

“런던에서부터 날아왔다”는 그는 저보고 “너도 20분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20분에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만큼 쓴다’를 목표로 삼고 갔지만 이 여성은 무조건 ‘4000단어짜리 장문의 기사를 채워야 한다’며 걱정하더군요. 기자들을 맞은 공보관은 굉장히 젊고, 또 빠릿빠릿해 보이는 인상(HBO시리즈 ‘웨스트 윙’ 등장인물처럼)이었는데 약간 우쭐거리며 ‘지금까지 20분의 기록을 누구도 깬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보관 말고 기자를 방까지만 안내한 뒤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다른 보좌관도 있었습니다. 그는 월드컵 당시 ‘안(안정환 선수)’이 너무 멋졌다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대뜸 제게 ‘북한에서 왔냐, 남한에서 왔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5분전, 스위트 룸 앞에 가보니 경호원과 힐러리 여사 스케쥴 담당관 등 5~6명이 대기 중이었습니다. 안에서 먼저 인터뷰를 했던 가디언지 기자가 힐러리 의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 밖으로 나온 기자는 제게 “저 여자 너무 괜찮은 거 있지”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습니다. 그전에 자서전 출판사 ‘사이먼 앤 슈스터’의 담당자도 제게 “힐러리 의원은 굉장히 인터뷰하기 좋은 사람이니 20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 하기 좋은 사람’? 힐러리 의원은 이런 ‘20분 짜리’ 인터뷰의 달인 아니겠습니까. 그는 취재진을 두 팔을 벌릴 듯 굉장히 반갑게 맞았고 사진작가에게 ‘내가 어디 앉을지 말만 하라’고 했습니다. 여간해서는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는 힐러리는 자서전 마케팅을 위해 시간을 냈을 것이고 자신의 책임인 20분을 위해 최선을 다할 태세였습니다. 또 정치인답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데도 익숙한 것 같았습니다. 자리에 앉자 그는 대뜸 저보고 “구두가 예쁘다, 어디서 샀냐”고 했습니다. 20분에 목숨을 건 상황이라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구두 소리를 하길래, 대충 ‘고맙다’며 인터뷰를 시작하려 했지만 계속해서 “아니, 진짜로. 신발이 안에 입은 옷이랑 색깔이 맞는데 어디서 샀냐”고 재차 물어왔고, 그래서 잠시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작은 것을 이용한, 일종의 감동주기 작전 아니었나 싶더군요.

힐러리 여사는 키는 별로 크지 않았고 일명 ‘프라다’ 천의 실용적인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 위에 진주 목걸이까지, 전형적인 미국 커리어 우먼의 차림새였습니다. 화면에서 볼 때 보다 얼굴은 좀 컸는데, 뚱뚱하다는 쪽 보다는 강렬한 인상이 그야말로 ‘신념의 화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밝은 금발에 굉장히 화사한 핑크톤 메이크업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살리려 한 듯 했고 창문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때문인지 눈동자는 거의 투명한 푸른색이었지만 눈초리는 매섭게 빛났습니다.

힐러리 의원은 정치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온, 치열한 권력 게임의 여왕 아니겠습니까. 백악관을 나서는 순간 ‘전직 퍼스트레이디’라는 편안하지만 상징 뿐인 옷을 벗고 독자적 권력을 쟁취하러 나선 인물이지요. 선거운동과 정치적 협상 테이블에서 닳고 단 정치인 답게 힐러리 여사는 말을 분명하고 힘 있고 크게 했습니다. 또 어떤 질문에도 성실히 답했지만 ‘앗’ 할만한 새로운 내용을 공개할 만큼 마음을 열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정해진 길을 능숙하게 드라이브하는 숙련된 운전자 같다고나 할까요? 1994년 북핵 위기, 클린턴 행정부를 뒤흔들려는 우익의 음모, 자신들에게 부정적이었던 언론의 공세 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힐러리 여사의 목소리에는 특히 힘이 들어갔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플루토늄이니, 농축 우라늄이니 등 핵무기 제조 과정까지 잠시 언급하며 자신의 지식을 과시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자신이 정한 테두리 밖으로는 절대 벗어나지 않으면서요. 예를 들어 ‘홀로 운 적이 있냐’고 하면 ‘당연히 있다’며 소탈하게 말하지만 ‘마지막으로 언제 울었냐’고 하면, ‘한참 됐다고’만 하면서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18분쯤 흐르자 공보담당이 힐러리 여사 뒤로 다가와 제게 사인을 보냈습니다. 힐러리 여사는 제가 가지고 간 책에는 ‘조선일보 독자에게’라고 적고, 사진작가 책에는 작가의 이름 스펠링까지 물어가며 정성껏 서명을 했습니다. 또 20분이 끝나고 다소 허망해 하는 저를 보고는 또 예의 그 호탕하고 시원한 웃음을 몇 번 더 들려주며 덕담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문 밖으로 사라지는 순간, 웃음은 싹 사라지고 다시 전투적이고 싸늘한 정치인으로 돌아갈 것 같더군요. 제가 20분이 됐다는 최종 사인을 받고도 1~2가지 질문을 던지고 끝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밖에 대기 중이던 보좌관에게 “나 20분 기록을 깨지 않았니”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시계를 보지도 않은 채 그는 ‘노우(no)’라고 단호히 말하더군요.

정재연(whauden@chosun.com )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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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guy2002)
2003-06-20 15:18:20
413 번 읽음
  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03.6.20 4:51 PM 신고
    :-D*매스컴에서, 우리나라도 차기 여성대통령 예상 후보자분들의 설문조사결과 대부분 긍적적이란 평이 나왔는데...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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