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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 중독’…재수·삼수도 불사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한 모델 선발대회 예선심사 현장. 탱크톱과 미니스커트 차림의 젊은 여성 230여명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오후 1시쯤 1차예선 통과자 105명이 발표되자 참가자들 사이에 환호성과 울음이 교차했다. 한 참가자는 “이번이 세번째 도전인데 또 떨어졌다”며 눈물을 훔쳤다.

특산품 홍보를 위한 지방 중소도시 단위의 ‘○○아가씨’ 선발대회부터 전국 규모의 미스코리아 대회 등 각종 미인선발대회가 홍수를 이루면서 ‘미인대회 장수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특정 지역 예선에서 낙선하면 성형수술을 하거나 주소지를 바꿔 다른 지역 예선에 또다시 도전하는 등 재수·삼수·사수를 불사하고 있다.

◇삼수·사수도 불사=지난달 21일 열린 제47회 2003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입상한 ㄱ씨(22)는 올해 지역예선 2곳을 거쳤다. 지난 4월 모 지역예선에서 5위에 입상한 그는 같은달 다른 지역예선에서 진에 당선, 본선 출전자격을 얻었다. 본선 참가자격은 각 지역예선 3위 이내 입상자(진·선·미)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지역예선에 참가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본선의 다른 참가자 ㄴ씨(20)의 경우 2001년엔 올해와 다른 지역의 예선에서 선에 당선된 바 있다. 올해 지역 3위(미)로 본선에 나온 ㄷ씨(20)와 ㄹ씨(22)는 각각 지난해와 2000년 대구지역에서 입상했고, 또다른 올 대회 출전자 ㅁ씨(23)는 지난해 대구 1차예선에 통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모델 선발대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입상한 ㅂ씨는 무려 네번째 도전 만에 입상권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대회 주관사의 한 관계자는 “접수를 받아보면 1~2차례쯤 도전했던 사람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며 “연예기획사 등에 소속된 사람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올 대회부터는 이런 중복출전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소지 이전출전도 빈번=현행 미스코리아대회 본선 참가자격요건에 따르면, 본인의 본적·출생지·학교(직장) 소재지·주민등록상 현 거주지(2개월 이상 경과) 등의 조건 가운데 한가지만 부합하면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각 지역예선에서 3위 내에 들어 본선에 나왔던 사람은 출전할 수 없다.

지역예선의 경우는 가능한 한 많은 미인 참가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참가자 부모의 직장소재지까지 출전 가능 지역으로 내건 곳도 있다. 미스코리아 지역예선 주최측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 아무 연고도 없지만 대회 직전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겨 참가를 신청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최하는 미인대회는 줄잡아 100여개. 이들 대회는 해당 지역의 특산물이나 명물을 홍보한다는 구실로 열리지만 입상을 통한 ‘스타 등극’에 눈먼 출전자들은 대회의 성격과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미인대회 중독’ 현상이 연예계에 대한 일부 여성들의 지나친 환상과 집착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며 대회의 축소·폐지, 출전자격 제한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정책실장은 “미인대회 입상이 안정적인 연예계 진출을 의미한다는 그릇된 인식과 외모를 상업화에 악용하는 사회 풍조가 미인대회 집착자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유신기자〉 경향신문 2003.6.20(금) PM 6:39

좋은친구♬~
2003-06-21 03:16:40
592 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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