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동영상 구현가능… 전력소비도 적어
아직 기술 안정안돼 최대크기 20인치 수준
브라운관(CRT), 프로젝션,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LCD(액정표시장치) 등을 거쳐 유기EL(자체발광표시장치)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기EL이란 전류를 흘려주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소자를 이용해 문자와 영상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해 오는 2005년까지 매년 100%대의 초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SDI에 이어 코오롱이 유기EL사업에 뛰어들었고, LG 전자도 조만간 본격 가세할 계획이다.
◆ 왜 유기EL인가 =유기EL은 응답속도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에 비해 1만배 정도 빠르다. 응답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화면의 흔들림이 없어 완벽한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화면을 구현하는 물질이 유기EL에서는 스스로 빛을 내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LCD제품처럼 백라이트(액정이 빛을 낼 수 있도록 뒤에서 비춰주는 전구)가 필요없다. 백라이트가 없으면 전력 사용량이 적어 배터리 수명을 길게 할 수 있는 동시에 백라이트 공간만큼 얇게 만들 수 있다. PDP와 비교하면 대형 화면을 구현하는 데서 뒤처질 뿐 해상도나 소비전력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는다.
유기EL은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최근 들어 휴대전화기나 PDA 등 모바일 제품에서 ‘얇고, 오래 쓰고, 선명한’ 디스플레이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기술적 안정성이 취약해 최대 생산크기가 20인치 안팎에 머물고 있어 대형화가 ‘유기EL 성공시대’를 열기 위한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중앙연구소장 배철한 부사장은 “미래의 디스플레이가 갖춰야 할 필수조건은 종이처럼 얇고, 가장 자연스런 영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유기EL이 지금까지 나온 디스플레이 중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 급성장하는 시장 =지난 3월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2005년까지 디스플레이 성장률’ 자료에 따르면, 유기EL시장(모듈기준)은 지난해 1억1300만달러(약 1300억원)에서 2005년 12억2100만달러(약 1조4600억원)로 연평균 107.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PDP의 연평균 성장률 80.5%나, LCD의 24.3%에 비해 돋보이는 수치다.
지난 5월 저분자 저온폴리실리콘 방식으로 세계 최대인 15.5인치를 개발한 삼성SDI는 올해에만 1040억원을 유기EL사업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며, 2005년까지 연 매출 9000억원으로 세계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이다.
코오롱도 최근 총 900억원을 투자, 내년 4월까지 충남 홍성에 유기EL 생산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LG전자 역시 유기EL 사업에 내년 초부터 본격 진출하기 위해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유기EL 시장에선 일본의 파이어니어·산요·소니와 대만의 라이트디스플레이 등이 주도권을 노리고 국내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오롱 신규사업팀장인 안태환 박사는 “유기EL 시장에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뛰어든 데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신규 참여 업체에도 상당한 기회가 있는 편”이라며 “2008년쯤에는 유기EL이 소형(10인치 이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를 앞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인열기자 yiyu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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