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 가입자 수가 3060만명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유해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20일 '휴대폰 전자파 흡수율 의무 공개'를 추진하기 위한 법률안과 관련 공청회를 개최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앞서 국회 과기정위 소속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월 3일 소비자가 휴대폰의 전자파 흡수율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휴대폰의 전자파 흡수율 표시 또는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파법중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안윤옥 서울대 의대 교수, 김윤명 단국대 전자공학과 교수, 윤현보 동국대 전자공학과 교수,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파·환경연구팀장 등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박진 의원은 기조 발제를 통해 "휴대전화는 일반적으로 800MHz 이상의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할 경우 뇌세포의 온도를 상승시킨다고 한다"면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기의 전자파 흡수율(SAR : Specific Absorption Rate)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히 아직 휴대전화기의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향후 입증될 수 있는 전자파의 유해성으로부터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윤옥 교수도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자기가 만든 제품의 인체 유해요소를 정보 공개하는 것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이어 "제조업체들이 (위해요소를 정보공개할 경우) '소비자로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의무화하자는 법률 제정의 본질적인 측면과는 맞지 않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유해할지도 모르는 것에 대해 공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특히 "담배회사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다면 소송 때마다 패소했을 것"이라며 "10년 뒤 휴대폰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런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을 경우 제조업체는 마땅히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 교수는 또 "휴대폰 전자파의 위해요소는 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개하고 있는 정보"라며 "더구나 내국인에게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오영식 민주당 의원은 "원칙적으로 휴대폰 전자파가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를 국민이 정확하게 인식하게 해서 상품 결정의 판단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것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보다는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휴대폰 전자파의 유해성을 제조업체들이 규명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들이 자율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그러나 만약 자율적으로 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진 의원의 기조 발제문 중 휴대폰의 전자파 흡수율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한 것이다.
첫째,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호한다는 차원이다.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의 문제를 떠나서 단순히 제품의 사양의 일종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아직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그것이 인체에 어떠한 위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문구와 함께 최소한 전자파 흡수율 내용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의 경우 전자파에 대한 피해 사례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대부분의 소송은 전자파의 유해성을 경고하지 않았다는 것과, 제조업체나 국가가 그러한 유해성을 감소시켜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비록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을 경우 국가나 제조업체에게는 최소한 그 내용을 사용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국민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측면이다. 물론 아직까지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인체에 어떠한 유해성을 미치는지는 과학적으로 최종적인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건강국은 전자파가 백혈병이나 성인 뇌종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스웨덴의 국립연구소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뇌종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발표가 있었다.
핀란드의 '레스진스키 박사'가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 전자파가 혈액속의 유해물질을 뇌 조직으로 유입을 가능케하고, 이로 인해 두통, 피로, 수면장애를 가져올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환경보건연구소가 발간한 '환경보건전망'2월호에 따르면,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것과 동일한 세기의 전자파를 인간의 뇌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쥐에게 2시간씩 50일간 노출시켰더니 쥐의 뇌세포 상당부분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는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뇌의 학습, 기억,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핵심세포들을 파괴하고 알츠하이머의 조기발병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서, 특히 자라나는 10대들의 경우 일반 성인들 보다 더 치명적이라고 한다.
캐나다 정부에서는 휴대전화의 펄스(pulse)신호가 2.6w/kg보다 낮을 경우 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자파흡수율의 수치를 0.26w/kg이하로 낮추어야 한다는 연구보고가 제출된 바 있다. 현재 일반적인 노출한계로 제한하고 있는 1.6w/kg을 적어도 0.2w/kg까지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도 전자파가 덜 나오는 휴대전화를 권장하는 한편, 전자파 흡수율의 기준치를 0.6w/kg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WHO에서도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 최종결론을 내리기 위해 국제공동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07년에 연구사업이 완료될 예정으로 있다. 따라서 과학적으로 유해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은,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넷째,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 공개에 있어서 국내소비자들이 겪는 역(逆)차별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에 수출되는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 휴대전화제조산업협회(CTIA)는 2000년 8월부터 휴대폰의 포장내(설명서 등)에 전자파 흡수율을 표기토록 하고 있으며, 호주 휴대전화제조협회(AMTA)도 2001년 이후 출시되는 휴대폰에 대해서 포장내의 제품설명서 또는 팜플렛에 전자파 흡수율 정보를 업체가 제공토록 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도 2001년 5월 제조사 및 사업자가 전자파 흡수율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으며, 홍콩의 경우 지난달부터 모든 휴대전화에 의무적으로 전자파 위험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S기업과 L기업의 경우 미국에 수출되는 휴대전화의 제품설명서에 전자파의 흡수율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러한 규정이나 조항이 없기 때문에 같은 회사에서 만드는 같은 모델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전자파 흡수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출용과 내수용에 따라서 제품의 사양이나 소비자의 알권리 또는 전자파의 용량이 차이가 난다면 내·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해당된다고 본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쟁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휴대전화 전자파의 흡수율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 현황은 더 이상 기업의 비밀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FCC 홈페이지에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 측정수치가 검색 가능하며, MMF(Mobile Manufacturer's Forum) 홈페이지에 가면 알카텔, 미쯔비시, 모토로라, 노키아, 파나소닉, 필립스, 소니, 에릭슨 등 세계 유수의 핸드폰 제조회사의 모델별 전자파 흡수율이 열람 가능하다.
이미 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등 주요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전자파흡수율 정보제공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휴대전화 관련 홈페이지인 www.cnet.com, 등 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외국의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삼성,LG 등 국내의 휴대전화 제조사의 모델별 전자파 흡수율이 공개되어 있다.
이처럼 이미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은 기업의 영업비밀이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널리 공개된 제품의 사양이다. 따라서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을 공개한다고 해서 기업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정통부는 휴대전화 전자파의 공개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표하였으나, 아직 기업들은 전자파의 수치를 공개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올 3월부터 각 제조사들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전자파를 공개하고 있다고 발표하였으나, 실제로 누구나가 모델별 전자파를 열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를 구입한 사람이 제품의 시리얼 넘버(serial number)를 적어 넣어야만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을 알 수 있게끔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휴대전화를 구입하기 전에 소비자의 알권리와 제품선택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처럼 기업들이 원천적으로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을 공개할 의사가 없다면 입법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끌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여섯째, 휴대전화 전자파의 흡수율 공개는 산업 기술 발전과 우리의 기술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점이다. 휴대전화의 위해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세계적으로 휴대전화의 전자파 흡수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세계적인 휴대전화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경우 휴대폰의 전자파 흡수율을 kg당 1w로 낮춘 상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전자파를 줄이거나 차단하는 기술은 머지않아 우리산업을 이끌 차세대 선도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의 전자파 문제는 전자파 노출에 대한 인체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의학, 생물학, 공학은 물론, IT, BT 등의 복합적인 접목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술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전자파와 관련하여 외국에서는 이미 지난 50년대 부터 기술개발을 시작하여 현재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비록 지난 90년대에 전자파를 줄이거나 차단하는 기술분야에 뛰어든 상태이지만 현재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다.
전자파 관련 분야의 기술기반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각 대학에서 활발한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주)AMIC, 인트켐, TNC, (주)신성씨엔티, (주)EMFsafety, BMTkorea 등 민간기업에서는 전자파 차폐소재 및 저감분야에 있어서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이미 실용화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전자파 흡수율의 공개는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전자파 저감기술에 대해 일대 촉진을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바로 외국의 선진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비싼 로얄티를 물고 있다는 기술종속국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이며, 우리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 보호, 그리고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세계적인 전자파 흡수율 공개 추세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선도한다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전자파 흡수율을 공개하도록 전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다.
최경준 기자 (235jun@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