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헬기, 사용 연한 지나 불안
청와대 춘추관 옆에 있는 헬기 이착륙장. 대통령 전용 헬기 VH_60p 3대의 프로펠러 돌아가는 굉음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 한 대는 대통령이 탑승하고, 중무장한 한 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첨단 장비가 탑재된 다른 한 대는 통신 관제 업무를 담당한다. 이륙 후에도 3대가 전후좌우로 위치를 바꿔 대통령이 어느 헬기에 탑승했는지 모르도록 위장한다.
취임 초부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대통령 전용 헬기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 십여 대의 경호 차량이 붙어야 하고, 신호 조작과 교통 통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헬기를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 물론 과천 등 차량으로 20분 이상 걸리는 곳은 헬기나 보잉_736 전용기를 이용한다는 나름대로 원칙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애용하는 VH_60p 기종은 지난 1999년부터 대통령 경호실과 공군이 교체를 요구했던 위험천만한 ‘노후 헬기’다. 99년 1월 대통령 전용 헬기인 AS_332L1(Super Puma : 88년 말 2대, 89년 초에 1대 각각 도입)이 경기도 용인에서 착륙 훈련 중 동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청와대 경호실은 1275억 원 규모의 지휘 헬기 도입 사업(VH-X)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다용도 헬기인 UH_60을 VIP용으로 개조한 VH_60p를 쓰는 것으로 결론 났다. 그러나 VH_60p 헬기도 99년 8월 15일 김 대통령이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엔진이 고장 나는 바람에 김 대통령이 승용차로 귀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1991년 도입된 VH_60p는 올해로 전용 헬기의 연한인 10년을 2년이나 넘겨 안전을 100% 자신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안전은 개인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라면서 “대통령의 잦은 전용 헬기 이동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경호실이 헬기를 자동차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자동차는 고장이 나면 정차하면 그만이지만 헬기는 곧바로 추락”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 99년 3월까지 대통령 전용 헬기로 사용되다 조종사 구출 훈련용으로 공군에 이관된 슈퍼 퓨마 헬기 한대가 2002년 3월 야산에 추락해 조종사인 오승학 소령(35), 김학현 임재식 소령, 최지운 대위, 윤제영 중사 등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경호실은 전용 헬기의 안전성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정덕상 기자 jpurn@dailysports.co.kr
입력시간 2003/06/23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