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 무풍지대로 남아 있던 필리핀에도 한국 드라마가 본격 상륙한다.
서구의 오랜 식민 지배를 겪어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은 미국 프로그램을주로 수입해 그동안 ‘한류’의 영향권 밖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필리핀이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함에 따라 지상파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필리핀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필리핀 수출 첫 작품은 장혁 장나라 주연의 트렌디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SBS프로덕션은 5월 말 지상파 TV사인 GMA와 ‘명랑소녀 성공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GMA는 필리핀의 양대 방송사 중 하나로 현지어(타갈로그어) 더빙작업이 완료되는 7월 중순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해 방송할 예정이다. 회당 판매 가격은 2,500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KBS미디어도 최근 GMA와 회당 5,000달러를 받고 히트작인 ‘겨울연가’ 공급 계약을 체결, 올 가을쯤 방송될 예정이다. MBC프로덕션은 18일 ‘인어아가씨’ ‘호텔리어’ ‘러브레터’ ‘신귀공자’ ‘위풍당당 그녀’ ‘별은 내 가슴에’ 등 한꺼번에 여섯 작품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특히 일일극 ‘인어아가씨’는 248회 전편이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콘텐츠 수출 담당자들은 필리핀 시장 진출로 한류 열풍이 완성됐다고 해석한다.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필두로 베트남,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몽골까지 뻗어나간 한류 열풍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필리핀에도 불기 시작했기 때문.구대성 MBC프로덕션 국제사업부장은 “최근 한 두 달 사이에 필리핀이 뜨거운 한류 시장으로

부상했다”며 “중국 등 몇 나라가 지나친 한류 열풍을 경계, 한국 드라마 방영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권호진 SBS프로덕션 영상사업팀장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방영된 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호평 받으면서 방송사들이 아시아권 작품에 눈을돌린 영향도 크지만, 아시아권 배급사에 널리 퍼져 있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미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나라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약진이이어지고 있다. 10여 개 국가에 배급된 ‘명랑소녀 성공기’는 5월 3일부터 홍콩 최대의 지상파 방송사인 TVB에서 황금시간대인 주말 밤 10시에 ‘카이랑샤오니(開朗少女)’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으며 최근시청률이 17%까지 올랐다. 일본에서는 ‘겨울연가’가 4월부터 NHK의 위성방송인 BS2를 통해 방영돼 미국의 인기 외화 ‘ER’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겨울연가’는 올 가을부터 NHK 지상파로 옮겨 방송될 예정이다.드라마 판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방송 프로그램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수입 규모를 추월했고, 이어 ‘올인’이 4월 대만 GTV에 회당 2만 달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고, 50부작 ‘저 푸른 초원 위에’는 같은 방송사에 회당 1만2,000 달러에 팔렸다.시장 개척 초기에 가격대가 1,000~2,000달러 선에서 형성됐던 것에 비춰보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KBS 관계자는 “7월 방송되는 윤석호 PD의 ‘여름향기’의 경우 ‘겨울연가’의 성공에 힘입어 회당 5만 달러는 받을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