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0년만에 대대적 節電운동
原電 잇단 가동 중단따라 … 1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
에어컨 사용 줄이고 넥타이 풀기 캠페인
일본이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절전운동을 시작했다. 올 여름 현실로 닥칠지 모르는 '전력 대란'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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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상징적으로 도쿄타워.나고야(名古屋)성.히로시마(廣島)원폭 돔 등 전국 2천1백여개의 주요 시설이 오후 8시부터 두시간 동안 소등 캠페인을 벌였다. 정부단체와 기업들도 엘리베이터.에어컨.공장의 가동시간과 온도를 조절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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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절전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발전회사인 도쿄전력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올 여름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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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의 원자력 발전소들은 지난해 시설 결함 발견 등으로 잇따라 전력 생산을 중단해버려 현재 총 17기 중 2기만 가동 중이다. 이들은 수도권 전력 수요의 30%를 공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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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땀 흘릴 각오해야=백화점 업체인 다카시마야(高島屋)는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부 중단했다. 매장 온도를 1도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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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맥주는 7~9월 도쿄에 있는 3개 공장의 가동일을 평일에서 전력수요가 낮은 토요일로 변경했다. 삿포로맥주도 수도권 2개 공장의 가동을 심야 시간대로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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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체인 스카이라크는 실내 온도를 28도로 올리고 직원들도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용전력의 1백%를 도쿄전력에 의존하고 있는 도쿄에이단(東京營團)지하철도 비상이 걸렸다. 7월부터 모든 역의 조명을 낮추고 에스컬레이터 운행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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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바(千葉)현과 군마(群馬)현 의회 등 대다수 지자체도 전기용품의 사용을 억제하고 회의도 낮시간을 피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력 수요를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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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는 1951년 이후 본회의장 안에서 상의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온 국민이 절전운동을 하는 마당에 의원들도 상의를 벗고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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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예보제 도입=과거 5년간 기록을 보면 6월 말 전력 수요는 6천만㎾로, 현 공급 한도인 6천2백만㎾에 거의 육박한다. 따라서 7~8월 무더위철을 현 체제로는 견뎌내기 힘들다. 적어도 6~8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해야 한다는 게 도쿄전력의 판단이다. 우선 23일부터 매일 전력 수요 예측량.최대 전력수요.최고 기온 등을 발표하는 '전력 예보제'를 도입, 절전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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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 발전소들을 하루 빨리 가동하려고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원전이 있는 지역의 주민과 의회가 "완벽하게 안전이 입증되지 않으면 재가동할 수 없다"고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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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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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입력시간 : 2003.06.23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