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들이 사업권 획득을 위해 과도한 투자를 하는 바람에 자 신들은 물론 장비제조사 부실로까지 이어졌다.”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얼마 전 ‘정보통신 분야의 4대 사기극 (Y2K, ISDN, 인터넷 열풍, IMT-2000) 중 마지막이 바로 IMT-2000’이 라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통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일단 ‘사견’이라며 일축하는 분위 기다. 정통부 관계자는 “인터넷과 통신 사업 거품에 대한 일반적 견 해를 밝히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파악한다”면서도 “사기극 발언이 심한 건 사실”이라 말했다.
한 때 꿈의 통신으로 불리던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사업은 정말 사기극일까.
일반적 견해는 ‘사기극’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성이 과장됐던 것 은 사실’이라는 것. KTF의 한 간부는 “일단 2Ghz 대역의 주파수를 확보하고 사업권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는 사기라고 말하기는 곤란하 다”면서도 “차세대 통신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영역 개발이나 콘텐 츠 등 사업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IMT-2000 서비스는 국내외 이동통신 업체들이 주파수 확보에 엄 청난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추가 투자는 지연되고 있다. 주파수 경매 를 통해 수백억달러를 투자해 사업권을 확보한 유럽의 이동통신 사업 체들은 후유증을 감당하지 못해 회사가 위기에 빠진 사례도 여러 차 례다. 애초 올해 안에 대도시 지역에서는 상용서비스를 실시할 것이 란 계획이 서울 지역을 제외하고는 2006년 6월로 3년이나 미뤄진 상 태다. 3세대 통신이 ‘준’이나 ‘핌’ 같은 2.5세대 서비스에 비해 딱히 차별화되는 게 없어 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까지라면 ‘사기극’이라기보다는 ‘잘못된 투자’에 가깝다. 하 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파고들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IMT-2000은 애초 특정 기술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기존과는 다른 주파수 대역을 이용, 음성 통화는 물론 데이터 통신도 가능한 이동통신서비스에 불 과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IMT-2000 사업을 기존 이동통신과는 별개 의 기술을 이용한 전혀 새로운 사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다양한 주파수 대역이나 유선망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 사업의 기술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애초 기존 음성통화 중심의 이동통신 사업 2세대를 벗어난 3세대 사 업을 IMT-2000으로 불렀지만, 2.5세대, 3세대, 3.5세대 등 다양한 기 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IMT-2000이란 용어 자체는 유명무실해졌다. 4 세대 이동통신과 휴대인터넷 등 앞선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 과 미국 업체들은 3세대 서비스를 뛰어넘어 3.5세대, 4세대 서비스로 바로 진입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3.5세대 사업으 로 불리는 ‘휴대 인터넷’을 둘러싸고 유·무선 통신업체들이 사업 권을 따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IMT-2000으로 불리던 3세대 이동통신 사업의 영역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5년경에는 3.5세대와 4세대 통신 기술이 완전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 3세대 사업의 전국 상용화 시점으로 잡은 2006년 6월보다 빠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IM T-2000은 ‘꿈의 통신’이 아니라 ‘다양한 이동통신 서비스 중 하나 ’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고속 데이터 통신에는 W-CDMA가 대세”라며 “차별화된 개인서비스는 3세대 통신 으로 해결하고, 일반적인 무선 인터넷 접촉은 휴대인터넷이나 무선랜 을 이용하는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미 1조3000억원(LG텔레콤은 1조1500억원)에 이르는 출연금을 깎아달라는 요구를 정통부에 정식으로 제출해 놓고 있다. 도박판에 참가하기 위해 깔아 논 판돈 중 일부를 돌려달라는 셈이다.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