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혼수상태다. 법안 처리라는 국회의 1차적 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이며, 노동계의 하투(夏鬪)와 경제 5단체의 불만표시등으로 나라가 시끄럽지만 정치권의 중재 노력은 실종된지 오래다.
국회에 24일 현재 계류중인 법안, 결의안, 동의안등은 16개 상임위원회에 모두 780건에 달한다.
행자위가 134건, 법사위가 86건, 재경위가 83건, 환경노동위가 74건, 보건복지위가 68건등이다. 촌음을 다투는 민생관련 법안이 허다하다.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때와 곧잘 비유되는 경기침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경제관련 4개 상임위(정무, 재경, 산자, 건교)에는 194개 안건이 쌓여있다.
정부가 경기 하강국면을 막기 위해 시급한 처리를 연일 호소하고 있는 4조 1775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여야의 예결위원장 자리다툼에 밀려 있다.
고건 총리가 지난 23일 다급히 국회를 방문, 민생·경제 현안의 협조를 부탁하는 촌극까지 연출했음에도 정치권은 오불관언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24일 “추경안과 민생법안 등이 계속 미뤄질 경우 국정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추경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경기부양효과가 의문시되기도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에 관한 법률안은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3D업종에 단순기능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체류 기한을 넘긴 외국인 연수생들이 8월말 강제출국 되기전에 발효돼야 한다. 그렇지만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외국인 연수생들이 술렁이고 있어 자칫 집단행동까지 예상되고 있다.
철도 구조조정 관련 법안도 미뤄져 철도 노조의 파업에 국회가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7월1일로 예정된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앞두고 여야간 지루한 공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재정통합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이 건보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및 운영에 관한 법안을 7월 1일 이전에 처리할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재정통합이 무산된다.
기존의 회사정리법등 도산 3법을 하나로 묶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안과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도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한국은행법 개정법률안도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형편이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정치인과 정당의 이기적 행보로 민생현안이 엉망이 되고있다”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의원과 정당을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한다”고 경고했다.
김종태기자 strato1@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