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톰 크루즈 주연으로 만든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화제를 모았었다. 2054년을 무대로 한 이 영화에는 최 첨단 범죄 예방 시스템에 의해 ‘미래의 살인자’로 지목된 주인공(톰 크루즈)이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쫓기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감시망을 뚫어보려 하지만 거리의 신호등, 상점, 지하철 등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눈의 홍채를 인식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포착, 경찰에 실시간으로 통보한다. 비록 70년이라는 시차는 있지만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1949년 발표)’에서 예견한 감시 사회, 즉 ‘빅 브라더체제’가 영화의 배경이 된 셈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국가 등 공공기관에 집중된 정보가 ‘빅 브라더체제’의 감시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흉기로 인식되면서 개인 의사에 반하는 정보공개를 거부해야 한다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지문날인 거부, 폐쇄회로(CC) TV 철거 요구 등에서부터 가족간에도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요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감시에 반대하는 ‘반감시권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CCTV는 이제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아침에 문밖을 나서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시내버스안과 도로, 사무실 심지어 목욕탕 탈의실에까지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CCTV가 설치돼 있다. 경찰은 우범지대나 시위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있으며, 자치단체에서는 쓰레기 투기나 교통위반을 적발하기 위해 몰래 카메라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신상정보는 아예 인터넷에서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말 발행된 정부관보에 따르면, 정부와 산하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 개인파일은 300종류가 넘는다. 학창시절 성적은 물론 현재 앓고 있는 병의 종류까지 개인 신상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가 국가에 의해 파악되고 있다. 반면 정보보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0년 449건에 불과했던 해킹 피해건수는 지난해 1만4000여건으로 2년 사이 30여배나 증가했다.
◈반감시권 권리 찾기〓시민단체인 ‘지문날인 반대 연대’는 주민등록증의 열손가락지문날인 거부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8년 간첩색출을 위해 도입한 지문날인은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 용의자로 보는기본권 침해 행위라는 주장이다. 현재 2000여명이지문날인을 거부하며 주민등록증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은 인터넷에 캠퍼스를 소개하기 위해 학내에 설치한 비디오카메라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며 철거를 요청했고, 전북의 한 노조는 작업장 감시카메라 설치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달 서울지검은 남편의 외도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집안에 녹음기를 숨겨두고 남편과 아들간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문모(4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외국사례〓외국의 경우 사생활 보호와 반감시권 확보를 위해 독립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연방데이터보호위원회’, 영국의 ‘데이터 보호감독관’, 캐나다의 ‘프라이버시 위원회’등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영역의 정보인권 침해와 불법 감시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최근 CCTV규제법안을 마련, 카메라를 설치할 때는 설치목적을 밝히는 안내문을 함께 부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설치 자체를 불허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여권 지문날인, 주민등록증 형태의 신분증 도입, 모든 개인정보를 기록관리하는 통합정보인식 시스템 구축 등 반감시권을 훼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kr